콩의 원산지는 우리나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콩은 크기도 크고, 소출도 많고, 빛깔과 맛도 더 좋은 것 같다. 대두, 검은콩, 팥, 녹두, 돈부, 강낭콩, 땅콩 등이 다 그렇다. 중국농수산품이 많이 수입되는데 대개 크기는 크지만 맛은 우리 것하고 비교가 되지 않는다. 깨, 생강, 고사리, 조기, 새우젓 등이 그렇다. 그것들은 오랫동안 우리 입맛에 길들여져서이기도 하겠지만 콩은 그 원산지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미국이 종자산업을 목적으로 세계의 콩 종자를 수집해 갔다는데 우리나라 콩이 제일 많이 차지했다고 한다. 원산지 콩의 우수성을 저들이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요 식량인 콩이 우리나라가 원산지였다거나 우리의 콩이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자랑할 만하지만 그것을 미국이 쓸어갔다는 데 대해서는 천혜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빼앗긴 같아 개운치가 않다. 콩뿐 아니라 IMF 때 대부분의 종자산업이 외국으로 다 넘어가 버렸는데 본래 우리 것이었던 각종 농산물 종자를 지금은 비싼 로열티를 주고 사 와야 하게 되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생각하면 우리의 주권을 잃어버린 것이 종자권만일까 싶기도 하다.
콩의 원산지가 우리나라라는 근거로는 인접한 중국의 콩의 역사가 길지 않았던 사실로도 방증을 삼을 수 있다. 중국의 고문헌의 기록에 이른바 '5곡' 중에 콩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은 그때까지만 해도 콩이 아직 중국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벼도 춘추시대에는 5곡 중에 없었는데 이것도 벼가 남방에서 황하까지 아직 전파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설문해자>라는 중국 최고의 사전은 기원 121년에 지어졌는데 거기에는 콩이라는 글자가 아예 없다. 거기에는 지금 콩인 豆에 대하여 콩이 아니라 제기(祭器), 그릇이라고만 풀이되어 있을 뿐이다. 豆자는 제기를 그린 상형자인데 거기에 콩의 기미는 전혀 없으니 豆가 콩이 된 것은 후대의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콩 菽이라는 글자는 아예 거기에 나와있지도 않다. 太를 콩이라고 하는 일도 있지만 거기에 콩이란 뜻은 없었다. 토질이 비슷한 인접국인 중국에 기원후까지도 콩이란 단어가 없었다는 것은 콩이 아직 중국에 전파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이는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과 교류가 매우 적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원전 천 년 이전에 周(주)나라에서 箕子(기자)가 건너와 '기자조선'을 세웠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날조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중국 삼국시대 曹操(조조)의 아들 曹植(조식)이 지었다는 七步詩에는 콩이 작품의 모티프가 되어있어 흥미롭다. 7보시란 7걸음 안에 시를 지어냈다는 말이니 초쾌속시인 셈이다.
煮豆燃豆萁 콩깍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豆在釜中泣 콩은 솥 안에서 울부짖는구나.
本是同根生 본래 한 형제이건만
相煎何太急 어찌 이리 명재촉이 심하시오?
3세기에는 콩이 시의 소재가 될 만큼 중국에 널리 퍼졌음을 알 수 있다. 콩깍지는 콩을 감싸서 보호하는 혈연의 관계이다. 그런데 콩깍지가 콩을 삶아 죽인다는 詩想(시상)은 형제간에 골육상쟁(骨肉相爭)을 벌인다는 상징적 수단이다. 고도의 비유와 패러디의 절묘함이 발휘된 걸작이다. 여기에서 나온 고사가 燃萁煮豆(연기자두) -콩깍지를 태워서 콩을 삶다- 이다. 조식은 한시의 절정인 唐詩(당시)에 앞서 한시의 기반을 다진 중국 제일의 천재시인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우리가 잘 아는 천재시인 李白은 동진(東晉)의 사영운(謝靈運)을 최고의 시인으로 쳤고, 사영운은 조식을 八斗之才(팔두지재)라고 극찬하였다. 천하의 詩才를 100으로 치면 조식이 80%를 차지하고, 자신이 10%, 나머지 시인들이 10%를 나누어가졌다라고 하였으니 조식을 극찬한 평가이다. 혹은 이 시가 후세에 지어진 위작이라고 의심을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시가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아버지 조조(曹操)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文才의 자부심이 강했던 조비(曹丕)가 아우인 조식한테 심한 콤플렉스를 가질 만도 하였다. 그래서 동생한테 7걸음을 걸을 동안 시를 짓지 못하면 엄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니 조식은 지체 없이 이 시를 지어서 화를 면했다고 한다. 그러나 천재 조식도 순탄치 못한 일생을 보냈으니 자고로 지나친 文才는 오히려 화근이 되는 수가 많았던 것이다.
중국은 본래 콩이 없어서인지 콩이 형제간의 불화를 고발할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우리는 콩의 원산지라 그런지 콩도 많고, 그런 콩 한 쪽도 나누어먹었지만 지금은 온 나라가 ‘’콩가루집안‘이 되고 있다.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좁은 땅에서 남북으로 갈라지더니, 다시 좌우로서도 모자라 東西, 도농(都農) 男女, 世代, 노사(勞使) 빈부(貧富)로 갈라져 극도의 분란에 빠져있다. 정부는 이를 수습하는 노력은커녕 정치적 목적으로 틈만 나면 갈라치기를 통치의 비방(祕方)으로 삼고 있다. 정객들이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이유는 국민이 지혜를 합치면 국력은 커지지만 그렇게 되면 국민을 감당하기 어렵고, 무능한 정권을 유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나라의 발전과 통합보다 콩가루 나라를 만들어서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런 사악하고 비극적 정치원리를 모르는 국민은 나라의 주인은커녕 정객들에게 무지렁이 대우를 자초하는 것이다.
콩은 가장 한국적인 농산물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콩의 역사가 짧은 중국은 더 다양한 콩 산업과 음식을 개발하였으니 원산지만 내세울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유전자를 조작한 콩 종자가 많이 개발되었는데 유해성을 두고 논란이 많다. 그래서 우리 콩이 대접을 받고 있다. 계제에 콩의 재배면적을 넓히고, 안전식품으로 만들어간다면 콩의 원산지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지러운 콩가루 집안이 아니라 콩으로 메주를 쑤듯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력을 뭉쳐나가는 나라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