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타일
江南曲
李益 748-829
嫁가得득瞿구塘당賈고◎ 돈 많은 장사꾼에게 시집갔더니
朝조朝조誤오妾첩期기◎ 날마다 독수공방 신세일세.
早조知지潮조有듀信신 진즉 조수가 약속을 지킬 줄 알았다면
嫁가與여弄농潮조兒아◎ 힘 좋은 사공에게 시집갈 것을 -
지금까지 우리의 한시를 소개했지만 한시의 고향은 중국이므로 중국의 한시야말로 한시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당연히 외국시는 우리 시로 읽어야 하므로 번역은 원작 못지않게 중요하다. 산문과는 달리 시의 번역은 정답이 없다. 당연히 이 번역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시라도 번역할 때마다 달라질 정도이다. 시는 언어보다 정서가 더 중요하고, 다양한 정서를 그대로 옮기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국시의 내용, 형식, 운율, 압운, 정서, 어법 등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중국 해석이 더 타당하겠지만 그것도 절대적일 수 없다. 더구나 한시는 우리말과 어법이 다르므로 원작의 어법에 구애받으면 시가 되지 않는다. 한시는 정해진 운율에 맞추기 위하여 語順(어순)은 물론 詩語(시어)마저 자유롭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원작의 詩語마저 우리 시어로 바꾸어 번역해야 우리 시가 될 수 있다.
새삼스럽게 중국의 한시를 번역하는 이유는 원작의 사실적 내용보다는 작품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원작에 충실하기보다는 우리의 정서에 맞추어야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오역을 염려하겠지만 문학은 작자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시는 樂府(악부)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악부란 원래 민간에서 불려지던 민요이므로 질박하고 솔직한 내용이 많다. 강남곡은 강남지방에서 불리던 민요이다. 제목이 -曲, -歌, -引, -操 등으로 되어있는 것은 악부라는 표지이다. 우리로 말하면 이른바 남녀상열지사로 불리는 고려속요가 이에 해당한다.
이 시는 장사꾼에게 시집을 간 여인의 고독과 후회를 솔직하게 노래하고 있다. 오늘날에 읽어 보아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수작이라고 생각해서 먼저 소개한다.
嫁가得득瞿구塘당賈고
嫁 시집가다. 장가가는 것은 婚. 得 얻다. 여기서는 嫁에 딸린 보조사에 해당하므로 따로 번역할 필요 없다. 瞿塘 장강 三峽의 하나. 이 여자는 돈 많은 장사꾼에게 시집을 간 것이므로 ‘구당’보다는 ‘돈이 많다’는 사실을 옮겨야 한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그렇다. 그래서 원시의 ‘구당’ 대신에 ‘돈 많은’으로 옮겼다. 두 개를 다 살리면 군더더기가 된다. 시의 번역에서 원작의 내용이 중요한지, 시의 감동을 옮기는 것이 중요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賈 장사꾼.
朝조朝조誤오妾첩期기
朝朝 아침마다. 아침이건 저녁이건 ‘날마다’라고 옮겨야 우리 시가 될 수 있다. 誤 틀리다, 약속을 어기다. 그러나 이보다는 신부를 ‘독수공방’으로 만들었다는 원망이 더 중요한 詩意이다. 妾 아내의 낮춤말. 期 나와의 약속 기약. 남편이 장삿길을 떠나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아서 새신부가 날마다 혼자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早조知지潮조有유信신
早 일찍이. ‘진즉’이라고 옮겼다. 知 알다. 潮 물결, 조수. 有信 믿음이 있다. 하루에 두 번씩 어김없이 돌아오는 조수가 장삿길을 떠나 소식이 없는 남편보다 더 미덥다는 말이다. 물론 조수가 좋은 것이 아니라 강물 따라 어김없이 돌아오는 사공이 좋은 것이다.
嫁가與여弄농潮조兒아
嫁與 시집을 가다. 여기에서는 후회의 장면이므로 ‘시집갈 것을’이라고 옮겨야 좋다. 弄 놀다. 희롱하다. 조수를 희롱하다는 강물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힘이다. 潮兒 조수의 사나이, 즉 뱃사공이다. 뱃사공은 장사꾼처럼 돈은 없으나 조수를 따라 어김없이 돌아오고, 힘이 넘치는 사내이므로 남편감으로 더 좋다는 질박한 여인의 심경을 교묘하게 드러낸 솜씨가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