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유감

애국가에 대한 불만

by 김성수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우리의 국가인 애국가를 부를 때마다 영 개운치가 않다. 나라를 사랑하려는 의지가 끓어올라야 할 애국가를 부르면서 애국심보다는 서운함이 앞서는 것은 애국가에 대한 不敬이요, 모독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애국가의 가사 내용을 곱씹어보면 감동을 받기가 곤란하다.


우선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구절이 마음에 걸린다. 가사 내용을 가지고 괜히 트집 잡는 것 같지만 동해와 백두산은 우리나라 만세(萬歲)의 전제조건으로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백두산은 천 년 전에 이미 대폭발이 있었다고 하며, 활화산으로서 언제 다시 폭발할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수년 내에 그럴 수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나라의 만세를 보장하는 백두산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원래 백두산은 영원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백두산은 지금 남의 땅에 있다. 애국가를 부르는 다수의 국민들은 상상으로나 볼 수 있을 뿐으로 나라 사랑의 상징으로 삼기에는 너무 먼 거리에 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동해도 지각변동이 있다면 어떻게 모습이 바뀔지 모를 일이다.


하느님이 우리를 보우해야만이 만세를 누린다는 가사도 마음에 걸린다. 사람의 일이 하늘이 도와야 하는 것은 맞지만 먼저 사람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더 사리에 맞다. 그런데 애국가에는 사람의 노력은 나타나 있지 않고 오로지 하늘에만 의지했으니 민족의 지표로서는 절실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우리의 절실한 의지가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에 애국가에서 의지와 투지의 감동을 자아낼 수 없다면 괜한 트집일까? 비록 만사는 조물주 하늘에 달렸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노력과 의지를 내세웠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더구나 일부에서는 '하나님'이라고 고집한다면 국민 다수는 공감하기 어려운 말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기독교 국가였던가? '만세라는 말도 원래는 조국의 장래를 기원하는 말이 아니라 봉건주의 시대 제왕의 개인적인 영화를 빌던 말이라서 조선왕조의 잔재가 서려있다. 이런 反민주주의적이고, 구태의연한 단어들이 애국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물론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가 있어 사람의 역할을 보완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행동강령이 없어 역시 추상적이다. 보전保全이란 말도 지켜낸다는 의미에 그쳐 발전적이고, 진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애국가를 부르면서 활력과 의지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이다.


서울 ‘남산 위의 저 소나무’로 우리 국가, 국민을 상징하기에는 너무 초라하다. 그것도 철갑을 두른 듯하다고 했으니 그 역할이 기껏 서울이나 지켜내는 것에 불과할 것 같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도 空闊, 空豁의 뜻이 무엇인가를 아는 국민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으니 대다수의 국민은 애국가의 뜻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노래 부르는 것이다. 애국가 어디를 보아도 국민이 나서서 분투노력하는 장면은 없다. 후렴구에서 줄곧 하느님만 연달아 섬기다가 말았다. 그리고 정작 애국가의 가사를 누가 지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작자를 안다는 것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더라도 가사나 곡이 친일파에 의해서 지어졌다면 더 께름칙한 일이다.


애국가에 대한 불만이 비단 가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곡조에도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청승맞은 스코틀랜드 민요를 붙여 광복군의 기운을 빼더니 지금의 곡은 오스트리아 민요와 흡사하여 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작곡가가 철저한 친일파였고, 애국가의 모체였던 코리아 환상곡이 원래는 일제를 위해서 만들어 만주 환상곡에서 기원했다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일시에 국가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의 애국가에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고, 애국심을 북돋아 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지적하자는 것이다. 애초에 애국가를 지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 노래로서 당시의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심어주자는 의도였지 그것을 구태여 영원히 보전할 國歌로 삼자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애국가는 우리만 부르는 것이므로 사정에 따라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통일을 생각한다면 국가 역시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