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_ 대한민국

대한민국에는 단군이 없다.

by 김성수


"우리는 스스로 우리나라를 대한민국大韓民國이라고 즐겨 부르지만 잘 생각하면 실제의 우리나라와는 썩 어울리는 이름은 아닌 듯하다." 유럽 대륙 한 귀퉁이 섬나라에서 자칭 대영제국大英帝國이라고 떠드는 영국을 허풍쟁이라고 여기다가 과거 세계 최대의 식민지를 거느렸던 그들의 역사를 보고서야 비로소 大英帝國의 실체를 인정했었다. 그런데 그러한 역사는커녕 한반도도 부지하기 어려웠던 역사를 갖고 대영제국과 같은 거창한 이름으로 자처한다고 해서 누가 대한민국을 이름대로 인정해 줄 것인가? 그나마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 고조선은 대한민국과는 이름으로 보아 아무런 연고를 갖고 있지도 못하다. 70년을 민족의 긍지를 실어왔던 멀쩡한 이름을 가지고 왜 새삼스럽게 시비를 하느냐고 하겠지만, 허풍스러운 이름만 내세우기보다는 자신에 대해서 차분히 성찰해 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나라사랑이라 는 생각이 잘못된 생각일까?


무조건 긍지만 내세우는 것은 무모한 국수주의에 빠지기 쉽고, 냉철한 반성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우선 대한민국의 ‘大韓(대한)’이 어떤 내력을 가지고 있는지 합당한 근거를 대기 어렵다. 역사상 韓(한)이라는 것이 기껏해야 고대 씨족사회 한반도 남부의 고대부족국가에서 인연을 찾을 정도라면 大韓(대한)이란 명분을 찾기 어렵다. 가장 가까운 유래로는 大韓帝國(대한제국)이겠는데 그것은 멸망 직전의 망국의 열등의식을 지워보려는 의도에서 붙여진 허장성세의 단명한 이름에 불과하였다. 마치 목도리도마뱀이 목을 부풀려 허세를 부려보는 것 같아서 애처로운 이름이다. 대한민국이 대한제국을 계승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역사적 실체는 영광스럽거나 자랑스러운 이름이라 할 수 없다. 망국의, 허장성세의 봉건왕조를 이어받았다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서 무슨 역사적 긍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이웃 나라를 보면 광대한 영토를 거느리고 있는 중국도 중화민국이라는 이름보다는 그냥 中國이라고 하기 좋아하고, 우리보다 몇 배 크기의 영토를 가지고 있는 日本도 두 글자의 국호로 만족한다. 그런데 조그만 半島(반도)마저 둘로 갈라선 우리는 韓國(한국)이라는 두 글자로는 만족할 수 없어 마냥 대한민국을 외쳐대니 매우 허풍스러운 일이다. 이는 지난날 舊韓末(구한말)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해서가 아닐까? 망해가는 조선이 대한제국이라고 자칭해서 나라의 위엄을 세웠는가? 대한민국大韓民國의 뜻을 알고서야 누가 그 이름이 우리의 실체와 걸맞는다고 인정하겠는가? 옛날 대한제국과 마찬가지로 허황된 그 이름에 실소를 할 것 같다. 하기야 이름이라도 그럴듯하게 지어 실체를 가려보자는 것이 성명철학이지만 한 나라의 이름이 이름이나 그럴듯하게 붙여보자는 심산이었다면 허망한 일이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의 국호를 바꿀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처럼 알기 쉽게 '한국'으로 만족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 국수주의나 허풍스런 과대포장은 면할 수 있을 같다. 이러한 까닭으로 북한은 따로 조선朝鮮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조선도 역대 왕조 중에서 최악의 왕조였다면 그 이름도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이름이 아닌 듯하다.


고조선古朝鮮이란 이름은 실제로 존재했던 왕조 이름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어느 나라가 자신의 국가 이름에 古자를 붙이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고조선을 마치 실재했던 왕국이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백제, 신라는 조그만 분단국가였기 때문에 국호로 다시 써 보고 싶은 이름은 아니다. 그러고 보면 고구려, 고려 정도가 역사적으로 계승할 만한 우리나라 명칭의 연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역사적 실체로는 고구려가 가장 내세울 만한 이름이고, 고려도 그 고구려를 계승했다면 같이 인정할 만해서 대한제국이나 조선보다는 낫지 않은가 한다. 소련에 의하여 중앙아시아로 쫓겨갔던 우리 동포들이 고려인을 자칭하고, 누가 창안하였든 ‘고려연방 공화국’이라는 이름이 기억에 새삼스럽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쓸모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찌 국호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으랴? 다만 지금 우리의 국호로는 우리나라를 충분히 상징할 수 없다는 점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통일을 생각했을 때 어쩌면 전혀 새로운 이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름에 연연하기보다는 실체를 이루어 나가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비록 작은 분단국가이지만 참으로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을 이루어나가려는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그 이름을 구태여 탓할 일이 아니다. 손뼉을 맞추어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오로지 축구경기를 응원하는 데 골몰하지 말고, 매사에 우리 삶을 진정 대한민국으로 만드는 데 온 국민의 힘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우선 남북통일을 생각하지 못하고서 대한민국을 외쳐댄다면 참 낯뜨거운 일이다. 남북, 좌우, 보혁, 지역, 노사, 빈부, 세대로 나뉘어 다투는 치졸한 파벌 다툼을 뛰어넘어 하나가 되겠다는 대범함이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대한민국大韓民國의 실현은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다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