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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수 Sep 11. 2024

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82

가을-  산에 올라

九月九日憶山東兄弟  

                                                     王維  698-759         

 

 9월9일은 重陽節입니다. 이 날은 단오절과 함께 양이 겹치는 날이라서 길일 중의 吉日이라고 합니다. 이날 수유꽃을 머리에 꽂으면 災厄이 사라지고 차가워지는 날에 건강을 지켜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높은 산에 올라가서 국화꽃을 따서 술을 담고 차를 만들었습니다.  고향을 떠난 사람은 산에 올라가 고향예배를 한 풍속이 있었다고 합니다. 왕유는 일찍이 고향을 떠나 낙양에서 유학을 했습니다. 이 시는 열일곱 나이에 타향에서 유학생활의 고달픔을 읊은 것이라고 합니다. 옛날 고향의 형제들과 중양절 놀이를 그리워하며 쓴 시입니다. 

  이 시에서 山東은 지금의 산동성이나 태항산 동쪽이 아니라 함곡관 동쪽을 말합니다. 왕유의 고향은 산서성 태원이라고 합니다. 憶은 추억입니다.      


獨독在재異이鄕향爲위異이客객        타향에서 혼자 나그네 되니

每매逢봉佳가節절倍배思사親친◎     명절마다 고향생각이 더 하누나.

遙요知지兄형弟제登등高고處처        지금쯤 형제들 모여 산에 올라서

徧편揷삽茱수萸유少소一일人인◎     산수유 머리에 꽂으면서 사람 하나 그리워 하겠지.     


獨在異鄕爲異客

獨在 혼자 있다. 異鄕 타향. 爲異客 나그네 되다. 이때 시인은 장안에 유학하고 있었는데 17세였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출세하려면 고향을 떠나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異자를 중복시킴으로 해서 타향살이의 설움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7자 중에 獨을 포함하여 3자를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표현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詩語의 남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아무리 왕유라지만 어린 나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每逢佳節倍思親

每逢 만날 때마다. 佳節 좋은 시절, 명절. 중양절. 이 날에는 국화를 따고, 산야에 가서 가을놀이를 즐겼다고 합니다. 倍 두 배. 思親 어버이, 친척을 그리워하다. 농경사회에서 고향을 떠난 이는 명절이 되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한 법입니다. 어린 나그네 신세라 향수가 더할 것입니다.      


遙知兄弟登高處

遙 멀리. 고향이 멀다는 의미입니다. 知 짐작하다. 그러나 의미구조상 뒷구의 서술어가 되어야 하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해야 좋을 것입니다. 兄弟 대가족제도의 집성촌 형제들이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많은 숫자였습니다. 그리고 형제간의 정도 지금보다 더 깊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登高處 높은 산에 올라. 형제들이 산에 올라 놀이를 하다. 나는 비록 멀리 타향살이를 하고 있지만 이 날이면 으레 형제들과 같이 중양절 놀이를 나가곤 했었습니다. 그 시절이 간절히 그리워지는 장면입니다.      


徧揷茱萸少一人

徧揷 두루 꽂다. 茱萸 수유 꽃. 우리는 산수유가 봄에 피는데 가을에 핀다니 다른 꽃이 아닐까 합니다. 少一人 한 사람이 적다. 자신이 거기에 없어 형제들도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는 상상입니다. 평이한 시어로 자신의 향수를 형제들에게 이입시킨 솜씨가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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