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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수 Oct 31. 2024

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86

月夜憶舍弟

             杜甫  721-770         



戍수鼓고斷단人인行행      변방의 북소리에 인적마저 끊어지고,

秋추邊변一일雁안聲성◎   가을 밤 기러기 한 소리 애처롭다.

露로從종今금夜야白백      이슬은 오늘밤부터 맺히고,

月월是시故고鄕향明명◎   저 달은 고향도 밝히려니- 

有유弟제皆개分분散산      형제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無무家가問문死사生생◎   생사를 물을 집조차 없구나.

寄기書서長장不불達달      고향에 편지 보낸 지 오래건만

況황乃내未미休휴兵병◎   전란이 그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네.     


  두보는 이백과 더불어 중국 한시의 쌍벽입니다. 이백이 천재적 호탕이라면 두보는 신중 침울합니다. 이 시도 두보의 특성을 잘 나타낸 대표작이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입니다.  

  사제는 친동생입니다. 전란에 뿔뿔이 흩어진 형제들을 그리워하는 심경입니다. 이 시는 759년 史思明의 난을 피해서 감숙성 秦州에서 지어졌다고 합니다.      


戍鼓斷人行

戍 변방 진지. 지키다. 鼓 북, 북을 치다. 군호(軍號).  斷 끊다. 끊어지다. 人行 통행, 발길, 인적.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는 것은 전란으로 감히 바깥에 나오는 사람을 볼 수 없다는 말입니다. 내란에 쫓겨다니다 보니 어디든지 다 변방입니다.      


秋邊一雁聲

秋邊 가을의 한 구석, 한 쪽, 언저리. 북소리가 끊인 것으로 보아 밤일 것입니다. 邊보다는 밤이 더 중요한 사실이라서 생략했습니다. 一聲雁 한 마리 기러기인지, 기러기의 한 울음소리인지보다는 외로운 울음소리가 중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기러기 한 소리'라고 옮겼습니다. 외로운 기러기 울음소리에는 시인의 감정이 이입되어 있으니 당연히 구슬프고 외로울 것입니다. 그 소리가 어떻다는 서술어가 없는데 우리 시인이라면 아마도 '애처롭다'고 했을 것 같습니다. 기러기는 남북을 오가는 철새로서 고향소식을 전해준다는 새로서 향수를 상징하는 새입니다.  타향에서 떠도는 나그네의 비애를 전해야 합니다.       


露從今夜白

露 이슬. 從 -부터, 시작. 今夜 오늘밤. 白 하얗다. 그러나 이슬이 색깔이 없으니 하얗다라기보다는 '맺히고'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白은 白露에서 나온 말입니다. 감숙성은 북방이어서 추위가 빨리 찾아옵니다. 날이 차가워지면 나그네로서는 더욱 서글퍼질 때입니다.       


月是故鄕明

月 달. 是 이다. 서술격조사. 중국어에는 조사가 따로 없기에 是의 이런 용법은 漢詩에서 드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是를 쓴 것은 단순한 조사라기보다는 月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시를 '저 달'이라고 옮겨서 시인의 의도를 살리고자 했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원시에 彼를 쓰지 않고 是를 쓴 것은 이 자리에 측성이 와야가기 때문입니다. 故鄕明 고향의 빛, 달빛, 밝히다. 여기 달빛이나 고향의 달빛은 같을 것입니다. 타향의 달에서 고향 형제의 얼굴을 바라보는 심경일 것입니다. 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정이입의 수법입니다. 3구와 이 구는 대우이지만 이를 살려 우리 말로 옮겨내기가 쉽니 않습니다.       


有弟皆分散

有弟 동생이 있다. 다음 구 無와 짝을 이루려면 '있으나'로 옮겨야 하지만 우리시로 그대로 옮기면 어색해지므로 생략했습니다.  皆 모두. 分散 전란으로 뿔뿔이 흩어지다.        


無家問死生

無家 집이 없다. 앞 구 有를 생략했으므로 여기도 그렇게 균형을 맞추었습니다. 원작의 앞 구 有弟와 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問死生 생사를 물어보다. 앞에 無가 있으니 ‘생사조차 알 수 없다’ '생사를 물어볼 집조차 없다.'라는 뜻일 것 같습니다. 의역을 하다 보니 대구를 유지할 수 없어서 유감입니다. 원작의 대우보다는 우리 시로 옮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寄書長不達

寄書 寄 부치다, 보내다. 집으로 보내는 편지, 안부. 長 오래 동안. 不達 도착하지 않다. 전해지지 않다. 전쟁통에 변방에 있으니 편지 전하기가 쉽지 않겠지요.       


況乃未休兵

況 더구나, 乃 이에, 이렇게, 그래서. '어쩔 수 없다'로 옮겼습니다. 未 아직. 兵 무기, 전쟁  休 쉬다, 끝나다. 앞 구와는 도치되어있어 ‘더구나 전쟁이 그치지 않으니 편지가 오래동안 배달되지 않는구나’로 옮기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한시에서는 시의 율격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구를 도치하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원작을 존중해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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