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과 이 밤을
綠頭鴨
晁元禮 1046-1113
이 시는 추석날 보름달을 상대로 읊은 풍류시이다. 추석은 이미 지났지만 아직 이 시의 계절은 이제야 오는 듯하다. 추석의 보름달에 대한 감흥을 독백으로 읊었다. 헤어진 사람이 있다지만 이에 대한 관심보다는 보름달이 감정의 대상이다.
이 시는 제목 綠頭鴨- 청둥오리-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사의 제목은 대부분이 그렇다. 이 詞의 내용은 이백의 月下獨酌(월하독작- 달밤에 혼술을)을 연상하게 한다. 월하독작보다는 소극적인 풍류이지만 일반적인 宋詞의 내용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소개한다. 달을 예찬하고, 달과 일치하고 싶은 낭만으로 되어있다. 구태여 제목을 붙인다면 ‘보름달과 이 밤을’이라고 하고 싶다.
詞도 漢詩이므로 당연히 압운을 한다. 우리로서는 실감하기 어렵지만 한시에서 압운은 필수이 요건이다. 압운은 대개 의미의 단락, 우리로 말하면 시의 聯(연)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시에서는 압운에 의해서 연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押韻◉이 있는 곳에서 종결어미를 사용하여 번역하면 좋다.
저녁구름 걷히니
晩雲收
하늘은 맑은 유리 같은데
淡天一片琉璃
은쟁반 둥근달이 바다에서 떠오른다.
爛銀盤來從海底◉
은빛 하늘에 해맑은 달빛이 서리면
皓色千里澄輝
티 없이 고운 항아가 서성이고
瑩無塵素娥淡竚
계수나무 잎을 세리로다.
靜可數丹桂參差◉
옥 같은 이슬이 맺히고
玉露初零
가을바람은 아직 차갑지 않으니
金風未凜
일 년 중에 이리 좋은 때가 있으랴?
一年無似此佳時◉
이슬 맞고 있노라면 반딧불이 한가롭고
露坐久疏螢時度
오작은 남으로 날아간다.
烏鵲正南飛◉
요대는 차갑고
瑤臺冷
난간에 오래 기대서서
欄干憑暖
내려갈 줄 모르도다.
欲下遲遲◉
헤어진 후 소식 없는 그대도
念佳人音塵別後
저 달을 보며 그리워 하겠지.
對此應解相思◉
물시계 방울듣는 소리에 마음 저리고
最關情漏聲正永
꽃그림자 기울어가니 애가 끊는다.
暗斷腸花陰偸移◉
내일 밤에도
料得來宵
저 달은 다시 뜨겠지만
淸光未減
하늘은 다시 맑을지 모르겠구나.
陰晴天氣又爭知◉
우리 이 밤 지나 헤어지면
共應戀如今別後
내년에나 만나겠지.
還是隔年期◉
사람은 살아서
人强健
술잔 들고 외로운 그림자 이끌며
淸尊素影
그대와 길이 벗으로 노닐지라.
長願相隨◉
晩雲 늦은 구름, 저녁 구름. 收 걷히다.
淡天 맑은 하늘. 一片 한 조각. 琉璃 유리.
爛 짙은, 익은. 銀盤 은쟁반 같은 보름달. 來從海底 바다로부터 떠오르다.
皓色 하얀 색. 千里 천리. 먼 거리. 澄輝 맑고 깨끗한 달빛.
瑩 옥. 無塵 흠결이 없는. 素娥 달에서 산다는 선녀 姮娥. 淡 맑다. 竚 서성이다. 달에는 불사약을 훔쳐 달아난 항아가 살고 있다고 한다.
靜可數 자세히 셀 수 있다. 丹桂 붉은 계수나무. 달에는 계수나무 한 그루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세는 것은 나뭇잎. 달에는 항아가 계수나무 밑에서 노구솥에 선약을 달이고, 옆에는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한다. 參差 길이가 같지 않은 물건이 어우려져 있다.
玉露 하얀 이슬. 初零 처음 맺히다.
金風 가을 바람. 未凜 아직 차갑지 않다.
一年 연 중. 無似 없을 것이다. 此佳時 이처럼 좋을 때.
露 이슬. 坐久 오래 앉아있다. 疏螢 반딧불 몇 마리. 時度 때에.
烏鵲 까마귀, 까치. 正南飛 남쪽으로 날아가다. 曹操의 銅雀臺賦(동작대부)에 月明星稀 烏鵲南飛 - 달빛과 별은 성긴데 까마귀는 남쪽으로 간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밤에는 까치도, 까마귀가 날지 않는다. 사실과는 다른 상투적인 詩句.
瑤臺 옥돌로 된 높은 곳. 시인이 있는 곳의 미칭. 요대. 冷 차갑다.
欄干 난간. 憑 의지하다, 기대다. 暖 오래 기대고 있어 난간의 냉기가 가시다.
欲下 내려가려고 하다. 遲遲 늦어지다. 달이 아쉬워서 머뭇거리다.
念 생각하다. 품다. 佳人 아름다운 여인, 그리운 사람. 音塵 세상의 소식. 시인은 세상과 떨어져 있음. 別後 헤어진 후.
對此 이에 대하여, 달에 대하여. 應解 이해가 있다. 알 것이다. 相思 서로 생각함.
最關情 제일 마음 쓰이는 것, 가슴 아픈 일. 이별을 애달파 함. 漏聲 물시계의 물 떨어지는 소리. 시간의 경과. 아니면 이슬방울이나 눈물 떨어지는 소리. 正永 매우 긴 시간. 그리워하는 시간의 길이. 暗斷腸 속으로 단장의 슬픔을 삼키다. 花陰 달빛에 생긴 꽃 그림자. 偸移 그림자가 달이 기울어감에 따라 움직임. 밤이 깊어감을 말함.
料得 생각하여 짐작하다. 來宵 내일 밤.
淸光 맑은 달. 未減 줄지 않다. 다시 뜨다.
陰晴 흐림과 맑음. 天氣 날씨. 又爭知 이럴지 저럴지 알지 못한다.
共應戀 그리움을 나누다. 사랑을 공유하다. 如今別後 오늘 달과 헤어지고 나면. 서로 그리워하는 대상이 연인일 수도 있고, 보름달일 수도 있다.
還是 역시, 隔年期 내년을 기약하다.
人 사람, 우리, 우리는 나와 연인일 수도, 나와 달일 수도 있음. 그러나 구태여 人이라고 한 이유는 상대가 사람이 아닌 月이기 때문일 것이다. 强健 건강하여, 무탈하여.
淸尊 술잔. 素影 흰 달그림자. 그러나 흰그림자는 없으니 ‘외로운’이라고 옮김. 李白의 月夜獨酌에 ‘對影成三人’이라고 했는데 3인이란 나와 달과 나의 그림자였다. 그렇다면 이 시는 나와 달의 대화이다. 헤어진 사람보다 달이 더 중요한 상대이다.
長願 길이 원하다. 相隨 서로 따르다, 어울리다. 역시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