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에서
漁家傲
范仲淹 989-1052
범중엄은 북송의 정치인, 문인, 학자이다. 변방을 지키는 장수로서의 감회를 읊은 시로, 송사의 일반적인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길이로 보아서 중형에 속하는 中調의 詞. 사의 압운은 唐詩와 큰 차이는 없으나 그보다는 다소 융통성이 있다. 당시는 隔句압운, 즉 한 행 걸러서 하는 것이 정격이나 詞는 더 자유롭다. 詞는 行이 아니라 樂節에 따라 압운하기 때문이다. 압운은 대개 의미단락으로 종결어미로 옮기는 것이 좋다.
詞가 일반적으로 짙은 감상과 애상에 그친 작품이 많은데 이 작품은 우국, 애국의 의지를 나타냄으로써 宋詞의 연약함에서 벗어났다. 宋은 대체로 문약에 흘러 문화, 경제에서는 盛代를 이루었으나 군사력은 허약하여 주변국에 교린강화(交隣講和)정책으로 일관하였다. 군사력이 약하니 북방 유목민들이 침략과 약탈을 감수해야 했다. 이 작품이 지어진 때만 하더라도 비교적 형편이 낳은 북송시대였다. 그러나 장강 이북을 포기하고 남으로 밀려난 남송시대에는 참담한 작품이 허다하였다. 이 작품 역시 제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변방에 가을이 오니 풍경이 바뀌고
塞下秋來風景異
형양으로 가는 기러기는 제 갈 길 바쁜데
衡陽雁去無留意
변성 사방에서는 軍號가 그치지 않는다.
四面邊城連角起◉
둘러친 산 속에
千嶂裏
저녁놀 지는 해에 성문은 잠겨있다.
長煙落日孤城閉◉
탁주 한 잔에 집은 만 리 밖이고,
濁酒一杯家萬里
변경 어지러우니 돌아갈 길 없는데
燕然未勒歸無計
오랑캐 피리 소리에 서릿발이 가득하다.
羌管悠悠霜滿地◉
사람들은 잠 못이루어
人不寐
장수는 백발이 되고, 군사는 눈물짓는다.
將軍白髮征夫淚◉
塞下 변방, 변방의 요새. 秋來 가을이 오다. 風景異 계절이 바뀌니 풍경이 다르다, 바뀌다.
衡陽 기러기가 남으로 가는 곳. 북에서 날아가는 기러기는 형양까지 내려와서 겨울을 나고 다시 북으로 날아간다고 함. 기러기는 북쪽의 소식을 전해준다는 전령사로 알려짐. 雁 기러기. 無留意 머무를 뜻이 없다. 남쪽으로 날아간다. 기러기를 따라 고향으로 가고싶은 향수가 짙게 묻어있다.
四面 변성 주변, 邊城 변방 요새지. 連 이어지다. 角 뿔피리, 군호. 起 일어나다, 소리가 들리다. 변방의 긴장된 상황을 묘사함.
千嶂裏 첩첩산에 둘려쌓인 변방.
長煙 긴 구름, 내, 저녁놀. 落日 황혼. 孤城 외로운 성. 閉 성문이 굳게 닫혀있다. 닫힌 성문은 나를 타향에 가두고 있는 현실.
濁酒 막걸리. 싼 술. 家萬里 집은 만 리 밖에 있다. 술을 마시면 집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燕然 요새지 이름. 未勒 평정하지 못했음. 안정되지 않음. 歸無計 돌아갈 계책이 없다. 국토수호의 사명감을 드러냄.
羌管 오랑캐 군호소리. 적과 대치하고 있는 변방의 상황이 엄중함. 悠悠 길고, 아득하다. 霜滿地 서리가 천지에 가득 내리다. 차가운 날씨.
人不寐 사람들은 잠을 못 이루다.
將軍 장군, 장수. 자신. 중국은 전통적으로 文人이 장수를 맡았다. 범중엄도 북송의 대표적인 문신이었다. 白髮 머리가 세다. 근심 걱정이 많음. 征夫 장병, 군사. 淚 눈물을 흘리다. 변방에서 나라를 지키는 애로를 읊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