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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116

나그네 설움

by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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霓裳中序第一

姜 夔 1155-1221


古書에서 霓裳曲(예상곡) 18곡을 보았는데 악보만 있고 그 가사가 없었다. 그 곡조가 모두 우아하여 지금의 곡조와는 다르다. 나는 18곡 가사를 다 지을 수 없어 그 중 霓裳中序 1闋(결)만 지어 세상에 전하는 바이다.

이는 이 시의 서문이다. 기존의 곡조에 자신이 가사를 붙이게 된 내력을 적고 있다. 화제시(畵題詩)라는 것이 있다. 그림을 보고 그 그림을 시로 읊은 시이다. 그림만을 보고 쓴 시인의 상상은 그림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詞는 곡조시라고 할 수 있다. 화제시가 그림을 영향을 받듯이 곡조시도 그 곡조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곡조에 따라서 감상과, 길이, 행과 압운을 배열한다. 애초부터 시인의 의지대로 적은 唐詩와 같지 않은 점이다. 이 시는 詞의 문학적 본질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다. 이 시는 長調에 속하는 長型詞이다.


정자에 올라 멀리 바라보느니

亭皐正望極

연꽃 흩날리는 나루에 나그네

亂落江蓮歸未得

병은 잦고 기운은 없구나.

多病却無氣力◉

부채도 낡아가고

況紈扇漸疏

옷마저 단벌신세라네.

羅衣初索◉

세월은 문틈에 망아지 지나가듯 빠르고

流光過隙

들보에 둥지 튼 저 제비도 나그네런가.

嘆杏梁雙燕如客◉

그 사람은 어디 갔나?

人何在

주렴 너머로 달빛 은은하니

一簾淡月

그대 얼굴을 비출 듯하구나.

彷佛照顔色◉


적막한 밤

幽寂

귀뚜라미는 벽에서 어지러이 우니

亂蛩吟壁

유신의 근심을 지어내는 듯하여

動庾信 淸愁似織

살아온 지난 자취를 돌이켜 본다.

沈思年少浪迹 ◉

피리소리에 관산을

笛裏關山

버드나무 거리를-

柳下坊陌◉

꽃은 지는데 소식조차 없고

墜紅無信息

물은 소리없이 푸른 내를 흘러간다.

漫暗水 涓涓溜碧◉

아득한 나그네 길

飄零久

지금은 무슨 까닭에

而今何意

술에 취해서 목로구석에 쓰려져 있나?

醉臥酒壚側◉



亭皐 언덕 위의 집, 정자, 누각. 正望極 멀리 바라보다.

亂落 어지러이 떨어지다. 江蓮 강나루 연꽃. 歸未得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나그네.

多病 많은 병. 却 또, 게다가. 오히려. 無氣力 기력이 없다.

況 더구나. 紈扇 손부채. 비단부채. 漸疏 점차 성글어지다. 부채가 낡았다. 빈곤한 신세.

羅衣 비단 옷. 初索 처음 입은 옷. 단벌 옷. 갈아입지 못한 옷. 날이 차가워지다.

流光 흐르는 세월. 過隙 망아지가 문틈을 지나가듯 빠르다. 白駒過隙(백구과극).

嘆 탄식하다. 杏梁 은행나무로 만든 좋은 대들보. 雙燕 제비 한쌍. 如客 나그네 같다. 철새인 제비로 자신을 비유함.

人 사람, 그리운 임. 何在 어디 있나?

一簾 발. 주렴. 一은 생략. 淡月 은은한 달빛.

彷佛 비슷하다. 닮았다. 照顔色 얼굴을 비추다. 임의 얼굴을 보는 듯하다. 달에 임의 얼굴이 어려있다. 달이 거울일 수도 있다.


幽寂 아득하고 적막하다.

亂蛩 귀뚜라미가 어지럽게. 吟壁 벽에서 울다. 가을을 말함.

動庾信 유신이 살아와서. 유신은 중국 南朝의 감상적 시인. 淸愁 유신의 작품에 나타난 애닯은 정서. 似織 베를 짜는 듯하다. 유신의 시를 읊는 듯하다.

沈思 깊이 생각하다. 年少 젊어서. 浪迹 지나온 인생흔적.

笛裏 피리 소리에. 關山 변방 요새지.

柳下 버드나무 아래. 坊陌 길거리.

墜紅 꽃이 지다. 無信息 소식이 없다.

漫暗水 조용히, 숨어서. 涓涓 물이 흐르다. 溜碧 푸른 못, 시내.

飄零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다. 久 오래.

而今何意 지금은 무슨 까닭으로.

醉臥 취하여 쓰러지다. 酒壚側 선술집 구석. '나그네 설움'이 절정을 이루는 핵심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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