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117

향수

by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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魚家傲

陸游 1125-1210


동으로 가는 산음길이 어디런가?

東望山陰何處是

오가는 길 일만삼천 리

往來一萬三千里

집에 보낼 편지는 부질없이 길다.

寫得家書空滿紙 ◉

헛되이 눈물젖은 편지를 가득 쓰지만

流淸淚

답장은 내년에나 오겠지.

回已是明年事◉


편지를 고향으로 가는 물길에나 전해볼까?

寄語紅橋橋下水

뱃길 나그네 언제나 형제를 찾을 수 있을지-

扁舟何日尋兄弟 ◉

세상 떠돌다 보니 이제 늙어버렸고-

行遍天涯眞老矣

근심에 잠 못 이루는 이 밤

愁無寐

차 끓는 연기 사이로 흰머리 몇 카락 날린다.

鬢絲幾縷茶煙裏◉


앞서의 시와 같이 제목이 어가오지만 내용도, 주제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범중엄의 작품이 나라를 지키는 기개를 읊었지만 이것은 지극히 사적인 나그네 설움을 읊었을 뿐이다. 詞에서 제목은 곡조명에 불과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우리의 시조는 아예 제목이 따로 없었다. 제목 대신 시조의 첫구를 적었을 뿐이다. 이와는 달리 唐詩에서는 반드시 내용에 걸맞는 제목을 표기했다.


東望 동쪽을 바라보다. 山陰 절강성 작자의 고향. 외국시를 번역할 때 지명, 인명, 고사, 역사적인 명칭은 중요한 장애이다. 그 명칭의 정서를 옮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작자가 의도하는 정서를 외국인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작자한테는 山陰이 고향이지만 우리는 그 지명에 대한 정감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山陰을 차라리 故鄕으로 옮기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역사 고사도 마찬가지이다. 그 의미를 시로 옮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何處是 어디인가? 往來 오가는 길. 一萬三千里는 나그네의 고달픔을 길이로 표현한 것이다.

寫得 편지를 쓰다. 得은 동작의 지속을 나타내는 접사. 家書 집에 보내는 편지. 空滿紙 헛되이 가득차다. 보낼 수도 없는데 나그네 설움에 할 말만 많다.

流淸淚 눈물이 쏟아지다. 눈물로 써내려간 편지. 回 답장. 이 편지는 堂兄의 편지를 받고 쓴 시이다. 已 이미. 是 -이다. 서술격조사. 明年事 내년의 일. 답장은 내년에 받을 수 있으니 내년의 일이 되었다. 고향소식을 궁금해 하는 간절한 심정이다.


寄語 말을 전하다. 앞 절은 편지를 받고 답장을 쓰는 심정이고, 여기는 고향에 가고 싶은 심경이다. 紅橋 고향에 있는 다리. 고유명사이므로 고향으로 옮김. 橋下水 홍교 밑의 뱃길. 중국 강남지방은 운하가 발달하여 뱃길이 많았다. 그래서 한시에서 나그네 유랑길은 뱃길이 많았다. 뱃길로 소식을 전하고 싶은 심경. 편지 길이 너무 멀고 험하다.

扁舟 조각배, 뱃길. 何日 언제나. 尋兄弟 형제를 찾다. 이 시는 堂兄의 편지를 받고 그 답으로 쓴 것이다.

行遍 두루 돌아다니다. 天涯 세상 끝. 멀고 먼 유랑 길. 眞老矣 정말 늙었구나.

愁 근심. 無寐 잠 못 들다. 향수에 잠을 이루지 못함.

鬢絲 성근 머리카락. 幾縷 머리 몇 카락. 늙었음을 말한다. 茶煙裏 차 달이는 연기 사이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간접적으로 진술하는 기교가 뛰어나다. 이 시의 詩眼(시안)을 이루는 핵심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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