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에도 못 가는 세월호

세월은 하늘이 만들었지만 세월호는 사람이 만들었다.

by 김성수



天災地變천재지변은 하늘의 재앙과 땅의 변란, 자연재해이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人災,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재앙이다. 옛날에는 자연재해는 人力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어서 천재지변의 책임소재는 하늘에 있었다. 백성들은 그저 ‘하늘도 무심하시지’라는 탄식으로 그쳤다. 그러나 양식 있는 군주들은 그것마저도 ‘짐이 부덕해서…’라고 자성해 마지않았다. 지금은 과학이 발달해서 인력으로 막지 못할 천재지변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옛날의 천재지변도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 인력으로 대처가 가능한 人災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연재해는 ‘하늘이 무심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무능해서’라는 평가가 적당하다. 다만 통치자가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정상적으로 국정이 운영된다면, 해당 부처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한다면 천재지변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노력도 없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명백한 인재를 교통사고나 자연재해처럼 생각하니까 人災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세월이 한참이나 지난 세월호를 꺼내는 것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할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당시의 정권에게는 잊고 싶은 악몽이겠지만 덩달아서 세월호 유족들에 대해서 반감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충격이 워낙 큰 사건이어서 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고, 유가족들의 저항이 지나친 면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들을 지탄하는 것은 동포로서 도리는 아닐 것 같다. 당연한 진상규명을 뒷전에 두고 엉뚱하게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짓이 아닐까? 생때같은 자식을 머리칼 하나 건지지 못하고 수장시킨 피해자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한다면 내 자식이 그냥 놀러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었으니 약간의 배상금이나 받으면 그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이 지금까지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이 그저 배상금을 더 받아내려는 악착같은 수작이라고 말해도 괜찮을까? 그 기막힌 일을 당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한다면 그러한 비극에 대해서 수수방관하는 정부한테는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사건의 진상규명이나 재발방지책과는 상관없이 나는 보수라서 보수정권의 잘못에 대해서 눈 감아 주고, 보수정권에 저항한다 해서 피해자들에게는 손가락질을 한다면 올바른 민주시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가족들이 과도하게 저항한다고 해서 심지어 좌경 빨갱이로 몰아붙인다면 양심 있는 국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세월호는 우리에게 정말 많은 교훈을 남겨 주는 비극이다.


세월호의 비극은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쉽게 잊어서는 안 될, 세월을 초월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것은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나 우연한 교통사고나 테러가 아니라 부실한 국가 통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값비싼 희생과 역사적 교훈을 흘려버리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역사적 과제는 피해자 보상이나 책임자 처벌이 아니라 그 교훈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일부 세력들은 지엽적인 보상 문제로 관심을 돌리거나 책임을 벗어나기 위하여 사건의 본질인 ‘진상규명’이라는 대명제를 외면했으니 역사의 죄인들이다. 진상규명을 하려는 특별위원회가 어렵게 결성되었지만 이를 무력화시켜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려는 정부에서 관권과 언론을 동원하여 집요하게 방해하였다. 사건의 진실을 밝혀 역사의 교훈으로 삼으려는 숭고한 의지를 오히려 반정부 불순세력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답답한 나라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만 해도 당시의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대응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무능, 무관심의 극치였다. 세월호가 지나가는 외국선박이라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건국 이래의 대형 참사였건만 당시의 청와대에서는 책임질 수 없다고 발뺌하였고, 진상규명을 기를 쓰고 반대하였으니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었다. 이른바 세월호 당일 대통령의 7시간 반의 행적은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그 시간에 성형시술을 했다는 말을 차마 믿고 싶지 않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왜 지금까지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세월호가 이미 물 속에 잠겼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단장하고 있었다면 제정신을 가진 대통령이 아니었다. 법정에서는 그녀에게 세월호 인재 사건의 법적인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인륜도덕적인 면에서는 다른 어떤 탄핵사유보다 그 죄과가 크다. 그런 사건은 다른 통치자에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구조작업이나 사건에 대한 후속 대처, 사건 진상 규명, 책임 규명, 유가족 대처 등에 있어서는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일이다.


옛날 중국의 周公은 밥 한 끼에 세 번 밥을 뱉어내고, 목욕 한 번에 세 번을 머리를 풀어헤치고 뛰어나가 정사를 보았다고 한 고사가 吐哺握發토포악발이다.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정상적인 대통령이었다면 먹던 밥을 뱉고, 머리를 풀어헤치고서라도 구조작업을 지휘했어야 했다. 3백4명의 국민 목숨이 대통령의 올린머리 단장보다 가볍다는 말인가? 그 끔찍한 인재를 방치하고서도 책임을 회피하고, 지금까지도 사건진상 규명활동을 방해하고 있으니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자들이다. 그 끔찍한 시간에 소문대로 성형시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지나친 의심일까? 당시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그녀의 얼굴에 시술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선명하고, 그 자국의 형성시간이 그 시간에 들어맞고, 그 즈음에 청와대에 성형전문가가 수시로 출입했음이 입증되는 등 합리적인 의심이 충분히 가능하다. 노령의 처녀 대통령이 성형시술을 했다고 해서 탓할 바가 아니다. 연령에 관계없이 대통령도 여자로서 얼마든지 아름다워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다만 하필 그 시간에 그걸 했다면 운이 지독히도 없기는 하다. 그러나 그 사실을 공개한다면 7시간을 잠적했다가 돌연히 나타나서 대통령으로서는 실로 어이없는 유체이탈 발언을 한 사유가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걸 인정한다면 그녀는 다만 운이 없었을 뿐, 박정희 대통령의 딸과 처녀 대통령의 감추고 싶은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줄 국민이 더 많았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성의를 가지고 세월호 사건의 현장에 달려갔던 대통령이 흥분한 유가족들에게 면전박대를 당한 수치감이 그들을 증오하게 했다면 인간적으로는 이해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다만 대통령으로서 할 도리를 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고, 최소한 도덕적, 윤리적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은 알아야 했다. 그 책임도 사고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것보다는 그 통치자답지 못한 수습책에 더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비극의 책임을 정부에게만 물을 수 없다. 세월호의 본질이 무엇인지 유가족 스스로도 수없이 밝혀왔는데도 그들의 절규와 노란색 리본에 심한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세월호 비극의 실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이유는 책임자의 후안무치도 있지만 국민의 몰인정도 크다. 물론 간악한 정객들에게 속은 결과이지만 적지 않은 국민들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유가족에 대한 보상액이 너무 높다고 불평하며 시체장사를 한다고 매도하는 국회의원들도 있다. 세월호 인양과 유해수습에 들어가는 비용을 국력낭비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축들도 있다. 사고의 책임이 정부에 있는 것은 당연한 상식인데도 정부가 교통사고까지 책임져야 하느냐고 생떼를 쓰는 인간들도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는 심각한 도덕적 불감증과 몰인정한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무능과 무관심에 대해서는 관대하니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같은 국민으로서 동포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하고 있으니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괴물이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들기까지 한다. 우리 국민의식은 본래 이렇지 않았건만 정부의 교활한 책동과 기만술에 속아 넘어갔다고 생각해야 그래도 마음이 낫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세월호 대책이 비효율적이고, 낭비일 수도 있겠지만 사회정의와 국가윤리, 신뢰 회복은 그보다 훨씬 중요하다.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그 비극의 진상이 명백히 규명되지 않는다면 만연된 안전불감증과 비리와 끔찍한 人災를 막을 수 없는데 그것이 어찌 남의 일인가?


분명한 것은 언젠가는 세월호의 진상이 밝혀진다는 것이다. 듣자하니 검찰에서 세월호에 대한 수사를 다시 착수한다고 한다. 늦게나마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수사대상자들은 정치적인 음모라고 나발댈 것이고, 일부 국민들도 덩달아 새꼼맞은 짓이라고 투덜댈 것이다. 혹은 잊고 싶은 상처를 건드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이고, 세월호 진상을 밝히는 것은 묵은 적폐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과업이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과업을 어찌 음모라고 할 수 있는가? 진즉 그 진상을 밝혔더라면 어찌 이런 아픈 일이 또 벌어질 수 있을까? 세월은 지나가면 잊혀지지만 세월호의 진상을 밝히지 않으면 세월호의 비극은 우리를 떠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버텨보자는 배짱은 우리에게 事必歸正사필귀정에 대한 믿음과 역사의 교훈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벌써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시간만 지나면 사필귀정이건 무엇이건 그 또한 지나간다는 우리의 어벙한 역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의 냄비기질에 정의사회란 요원한 망상인가? 정의가 없고, 역사의 교훈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keyword
이전 10화사기강을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