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襄之仁(송양지인)이란 성어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송나라 양공 때에 초나라가 쳐들어 왔는데 적군은 강을 건너 송을 공격해 왔다. 신하들이 강을 건너는 적을 공격해야 한다고 했지만 양공은 그건 군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고집하면서 적이 건너기를 기다려 싸움을 벌여 대패했다. 그래서 자신은 죽고, 나라는 망하고 말았다. 양공의 군자론은 결국 나라를 망친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정치야 正道로 해야 하겠지만 전쟁은 邪道(사도)로 하는 것이 병법의 기본이다. 정도로 해야 할 정치에도 사도가 난무하는 형편에 사도로 해야 할 전쟁을 정도로 했으니 개인으로서는 군자 일지 모르나 통치자로서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요즈음 정국을 보면 중국의 고사가 남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보기 드문 군자의 품격을 지녔다. 지금 살아있는 전 대통령들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다. 더러는 독재자, 폭군이라고 막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애송이면 몰라도 군사독재 정권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입에 담을 말은 아니다. 그런데 가짜뉴스에 대한 대처를 보면 가짜뉴스와 정상적인 언론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옛날 송양(宋襄)이 정치와 전쟁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처럼- 언론의 자유는 소중한 것이지만 가짜뉴스는 정의를 위험하게 하는 사회악이 틀림없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하여 가짜뉴스를 방치하면 이 정부는 물론이요, 이 사회의 언론이 바로 서지 못하게 된다. 正道는 정도로 하고, 邪道는 사도로 대처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군자인 공자도 이덕보원(以德報怨), 원수를 덕으로 갚지 말고 이직보원(以直報怨), 원수는 원수로 갚으라고 했다. 어설픈 인정은 오히려 정치를 그르칠 수 있다는 말이다. 진실을 망치는 가짜뉴스를 보호하고 방치한다면 송양의 어리석음을 면치 못할 것이고, 필경 정권은 물론 나라까지 위험하게 할 것이다.
검찰개혁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시대적 과업이다. 그런데 지금의 검찰은 검찰개혁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까지 칼을 빼들고 나선 것은 죽은 권력이나 다잡던 과거의 하이에나 검찰과는 다른 면모여서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나름대로 법을 수호하고, 사회정의를 밝힌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지를 받기도 하지만 지금까지의 검찰 행태를 생각하면 그렇게 순수한 의도가 아닌 듯싶다. 그들이 지켜내려는 것은 법과 사회정의가 아니라 과거 검찰의 위세요, 권력이라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들이 겨누는 표적이 검찰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금까지 독식해오던 권력을 하찮은 경찰과 나누고 싶지 않고, 정권을 좌지우지하던 영화를 포기하고 싶지 않고, 짧은 검사의 수명과 권세를 종신토록 유지하자는 속셈으로 보인다. 지금 정부가 벌이는 검찰개혁이 성공한다면 이 모든 것들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니 지금은 그야말로 죽기살기요, 騎虎之勢(기호지세)이다. 호랑이 등을 타고 있는 형국이어서 어차피 내려 오면 죽으니 등에서 죽더라도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 청와대건, 국회건, 국정원이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은 없다는 것이 그들의 한결같은 믿음이다. 대통령도 무서울 것이 없는데 법무부 장관쯤이야 깜도 안 된다. 영원한 검찰공화국에 비하면 개인의 영달쯤이야 문제가 아니라는 '검찰권 사수'에 운명을 건 검찰이다. 이러한 검찰이 사도인가 정도인가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사도인 줄 알면서도 그 위세를 제압하지 못하거나, 엉뚱하게 사도를 정도로 대처하려고 한다면 역시 송양의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같은 길을 걸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을 누구보다 잘 기억하고 있는 문공이 송공, 노공의 전철을 밟아서야 아무리 정도인들 비웃음을 면키 어려운 일이다.
정도인가, 사도인가를 구분하는 것은 흑백논리나 양도논법일 수 있다. 더구나 정치가 그래서야 仁政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산과 같은 무게’가 아니라 ‘물과 같은 지혜’라는 것이다. 배를 타고서 산과 같은 ‘군자의 어짊’을 고집하다가는 ‘어지러운 뱃멀미’를 피할 수 없고, 멀미에 취해 있다가는 ‘어리석음’을 면할 수 없는 법이다. 배를 타고 노를 젓지 않으면 정지가 아니라 역주행이요, 파선이다. 개인이야 그럴 수 있지만 나라를 그렇게 만들어서야 역사의 책임까지 져야 할 일이다. 중국의 양공을 생각하면서 오늘 우리의 문공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권 사수에 나선 검찰검객에게 할복자살을 하라고 하고, 검찰호랑이에게 네 가죽을 벗겨달라고 한다면 뭐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