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토리

스포츠는 진정한 국민건강의 도구여야 한다.

by 김성수

체력은 국력이란 말은 수렵활동으로 살아야 했던 고대사회에 더 적절한 말이었지만 지금도 틀리는 말이 아니다. 특히 육체의 힘을 많이 필요로 하는 사회일수록 그렇다. 그래서 체력과 건강을 기르는 일은 국가의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모든 국민이 운동을 통해서 체력과 건강을 기르는 것은 과연 국력과 관계가 깊다. 건강하지 못한 국민은 건강한 나라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육체운동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으로 보아서도 스포츠는 현대인에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오락, 취미, 정서 활동으로 스트레스 해소나 생활의 활력을 찾는 데에 막중한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월드컵에 출전만 해도 국민들은 내 일처럼 기뻐한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운동경기를 잘하는 선수를 가진 나라의 국민이 체력과 정신건강도 좋다는 보장은 없다. 국가의 정책에 따라 일부 소수의 선수들에게 예산이 집중된다면 대다수의 국민은 오히려 운동경기,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어져서 체력과 건강이 좋아질 리가 없다.


야구 명문학교의 학생은 야구를 잘 해야 하겠지만 학교의 예산이 일부 선수의 지원과 훈련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선수 아닌 다수의 학생들은 야구를 전혀 하지 못한다. 그들은 야구를 못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예산이 야구부에 집중되어 야구는 물론 다른 운동도 제대로 못하게 된다. 결국 대부분의 학생들은 야구 명문학교에 다니지만 야구도 못하고, 다른 운동도 못하는 모순과 역설이 교육의 현장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다. 비단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스포츠가 다 그런 형편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순이 그치지 않는 것은 다수의 학생들이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고,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학교와 야구선수의 영광을 자신의 영광으로 착각하고, 그 영광이 자신의 손해를 바탕으로 얻어졌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 순진한 어린 나이라서 그럴 수 있겠지만 커서도 달라지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성숙한 국민들도 이러한 스포츠의 매력이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약삭빠른 정치인들은 스포츠의 매력을 마력으로 증폭시켜 정치에 이용한다. 매력까지는 건강한 스포츠일 수 있지만 마력에 이르면 정신과 육체를 상하게 한다. 魅力(매력)이나 魔藥(마약)이나 한자로는 모두 鬼귀가 들어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멀쩡한 사람을 홀리는 귀신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는 스포츠가 이미 마약의 위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였다. 지금 각종 운동경기가 중단되어서 사람들이 정신적인 불편을 겪는 것은 일종의 마약중독 증세이다. 그것은 인류가 개발한 유희활동의 하나일 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다른 대체수단이 나오게 되어있다. 스포츠 경기는 생각처럼 필수적이 아니다.


스포츠 중에서도 엘리트 스포츠란 국가적, 정책적 차원에서 관리되는 스포츠를 뜻하는 것으로 국가스포츠라고 할 만하다. 특히 독재국가나 후진국에서는 엘리트 스포츠에 치중하여 다수의 평범한 국민은 제외되거나 뒷전에 밀려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체력은 국력’ ‘운동 경기력은 국민의 체력, 건강’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게 된다. 우리는 국가대표 운동선수가 메달을 따오고, 경기를 이기는 데에 열광하지만 나에게 돌아오는 실질적인 이익은 없다. 그럼에도 일시적인 쾌감을 위해서 해외원정 응원도 마다않고, 적잖은 경제적 부담을 불사한다. 그렇게 해서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금메달을 따는 선수들에게 줄 연금을 위한 세금부담이요, 정치 사회에 대한 무관심, 무지이다. 정치인들에게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 무지보다 더 좋은 호재가 어디 있으랴? 우리나라의 진천선수촌은 세계최대 규모라고 하니 우리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정치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 돈으로는 전국에 고루 국민의 건강과 체력향상을 위한 시설을 갖추어야 옳다.


스포츠는 독재자들이 아주 잘 활용하는 우민통치술의 하나이다. 히틀러, 사회주의 국가와 북한 정권의 공통점이 스포츠 애국주의라는 우민통치술이었다면 우리의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도 거기에서 멀지 않았다. 하기야 로켓, 핵무기를 개발하여 그것이 마치 국력의 상징인 것처럼 내세워 국민들을 속이는 북한보다 스포츠는 매우 신사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국민을 우습게 알고, 어리석게 만드는 우민통치술이라는 원리는 마찬가지이다.


국가스포츠의 원리와 비슷한 것이 재벌중심 체제이다. 재벌은 국가대표 선수이고, 국민은 재벌을 응원하는 응원단이다. 재벌공화국에서는 재벌이 먼저 성장해야 나라가 부강하고, 국민이 잘 살 수 있다고 강변한다. 국가대표가 금메달을 따면 국민건강도 자연히 좋아진다는 논리와 닮은 데가 있다.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서 모은 저축과 세금을 몰아 기업인에게 특혜를 주고, 기업은 그 덕으로 재벌이 되었다. '내 돈으로 사업을 하면 바보'라는 것이 우리의 기업풍토였다. 그래도 명문 야구학교의 학생들처럼 국민은 재벌의 성장과 수출탑의 높이에 감격해 했다. 그것이 나의 부와 명성인 것처럼 -


물론 올림픽 금메달이 일시적으로 국민의 사기와 긍지를 높여주는 것도 사실이고, 재벌들로 인하여 국력이 성장하고, 그 덕택에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엘리트만을 위한 초대형 국가대표 선수촌이 아니라 전국에 국민을 위한 체육시설이 골고루 확충되고, 특혜로 성장한 왕문어발 재벌이 아니라 중소기업 중심의 민주적 경제정책이었더라면 국민의 건강과 살림은 더 좋아졌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성숙한 민주시민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세계적인 경제불황에 허덕이거나 미국, 중국, 일본의 횡포에 휘청대는 것도 중소기업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침하면 우리는 감기에 걸린다고 했는데 지금은 중국이 기침하면 우리는 코로나를 뒤집어 써야 할 판이다. 이재용이 없으면 삼성이 망하고, 삼성이 없으면 나라가 무너질 형편이라면 이재용을 심판할 것이 아니라 서둘러 그를 대통령으로 모셔야 우리가 살 길이 아닐까? 엘리트 스포츠는 국민을 응원부대로 만들고, 왕문어발재벌은 국민을 하수인으로 만들었다. 국가대표 선수와 재벌들에 열광하고, 도취되고, 대리만족할 것이 아니라 방방곡곡에서 건강하게 스포츠를 즐기고, 경제적 부를 골고루 누리는 국민들이 참다운 국력임을 알았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