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어휘일기

편지[便紙/片紙]

4.18

by Benjamin Coffee

[명사]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 ≒간독ㆍ간찰(簡札)ㆍ서간(書簡)ㆍ서독(書牘)ㆍ서소(書疏)ㆍ서신(書信)ㆍ서장(書狀)ㆍ서찰(書札)ㆍ서척(書尺)ㆍ서한(書翰)ㆍ서함(書函)ㆍ성문(聲問)ㆍ신(信)ㆍ신서(信書)ㆍ이소(鯉素)ㆍ찰한(札翰)ㆍ척한ㆍ편저(片楮).

; 격려 편지




당신이 세상을 떠난 올해 여름은 정말 덥다. 이만큼 더웠던 것은 10년 전이었다고 한다. 그해 여름 매주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헐떡거리면서 여의도까지 갔었다. (중략) 지금 나는 이제 세상에 없는 당신을 위해 이 글을 쓴다. 이 편지가 당신에게 도착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이제 나는 누구에게 나의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까? 누가 그렇게 내 영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 줄까? 세상은 점점 시시해져 가고 있고, 나는 점점 쓸쓸해지고 있다.


- 정성일, <애도,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중




오랫동안 정성일의 글을 적잖이 읽었다. 당최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평론글들이 대부분인데 사실 바로 그 불가해함이야말로 그의 아이덴티티라는 것을 얼마 안 돼 깨달았고, 정확히 그 이유로 나는 정성일의 세계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투박한 번역투와 자족적인 레토릭. 그런 것들에 환호하던 중에 접한 이 편지글은 (적어도 나에겐) 보물섬이었다. 이 세계와 이(異)세계의 접점이랄까. 황홀경이란 이런 맥락에서 가능할 것이다.


낯설면서 낯익은, 낯익으면서도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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