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만큼 사람을 당황시키는 것이 없다.
"이 직업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토로에
A는 정색을 하며 나를 걱정했다.
본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언급하며 나의 이 회의감이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말을 이어갔다.
"언제부터 그랬냐"는 질문을 들은 이후로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나의 고민이 과연 저 사람의 염려만큼 깊은 것인가.
가벼운 술자리의 화두로 던진 질문이
이렇게까지 진지한 답변으로 돌아올 만한 문제였던 것인가.
그때부터 나는 나의 고민들이란 얼마나 하잘 것 없는 것인지를 증명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의 고민이 무거운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지나치는 마음으로, 하나의 화두로서 이런 고민을 말했던 것뿐이다.
A는 "너의 고민이 깊은 것 같아 걱정을 했다"며 미간을 찌푸린다.
나 또한 진지한 반응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가벼운 고민은 아니었지만, 또 그렇게까지 진지한 것도 아니었다고.
이도 저도 아닌 말을 주고 받은 셈이다.
얼마 전 이 글을 읽을 지도 모르는 모 과장(진)에게 나는 이런저런 고민을 말한 끝에 이런 결론을 짓기도 했다.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나의 생각과 현실의 괴리는 아주 골치 아픈 고민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재미거리기도 하다.
물론 내가 이걸 받아들이는 순간은
골때리는 현실이 끝나는 시점이라는 것이 문제긴 한데, 어쨌든
삶은 늦되게 작동하는 것이니까.
그건 그렇고 오늘 연락이 온 '황미남'을 위해
H, 라는 이니셜을 언급하며 마무리한다.
다음에 술이나 사라.
글의 힘이란 이렇게도 강력하다.
글 하나로 술 한 잔 못 얻어먹겠나.
22시 22분 ~ 22시 32분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