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면서 즉흥적이다.
너는 대체로 별다른 계획 없이 살다가는 아주 가끔 사사로운 무엇인가에 꽂혀 '이걸 좀 해봐야겠다' 다짐하는데, 그것도 그리 오래 이어가지 못하고 그만두고 만다.
게으름/부지런함, 즉흥적/계획적. 이 네 가지 항들로 만들 수 있는 경우들을 고려하면 이건 가장 좋지 않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부지런하면서 계획적인 것은 최상의 조합일 테니 제외하고.
게으르면서 계획적인 사람은 조금 느리지만(뭐, 아주 느리더라도) 장기적인 플랜에 따라 무엇인가를 차근차근, 간헐적으로, 이따끔씩이라도 준비해나갈 것이다. 비록 죽을 때까지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지난한 과정 자체가 하나의 충실한 삶으로 귀결될 수 있다.
부지런하면서 즉흥적인 사람이라면 지금 도모하는 무언가를 이뤄내기에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끊임없이 뭔가를 새로 시도하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 매번 바뀔지라도 그때그때 목표에 맞춰 최선을 다하는 것은 어쩌면 남들이 한 번 사는 인생을 여러 번 사는 값진 시간들일 수도 있다.
너는 게으르면서 즉흥적인 사람으로서 나머지 세 가지 경우에 미치지 못하는 무기력을 종종 느끼는데 그럴 때마다 너는 이렇게 자위한다.
나는 '박제된 천재'(이상, <날개>)다. 세상을 배척한.
이 정신승리가 가능한 것은 '배척'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중적이기 때문이다. 등 돌리고 대화를 거부한 A와 B가 있을 때 둘의 관계에서 A가 B를 거부하는 것인지, B가 A를 외면하는 것인지 C로서는 알 수 없다.
그치만 좀만 더 들어가보면 A와 B중 하나가 '세상'이고 다른 하나가 일개 '개인'일 경우라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는 것을, 박제된 천재란 쓸모없음에 다름 아니라는 것 또한 너는 아주 잘 알고 있다.
* 내일 일거리를 찾다가 즉흥적으로 작성.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