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에게 약하다.
너보다 강하다(특히, 정신적으로. 이를테면 E 성향이랄지) 싶으면 너는 바로 입을 닫는다. 또는 자기 주관이 뚜렷해 보이는 사람 앞에서 너의 주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건 너의 생존방식인가. 그렇다기에는 굳이 생존과 상관 없는 사람(대체로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너는 그렇게 대응한다.
유아기적 기억의 여파일 수도 있다. 당시의 경험들은 무의식으로서 문득문득 맹목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너보다 강한 존재의 '명령'들에 이유불문(누구나 그렇지만) 따라야 했던 시간들이 축적된 것일지도.
반대로, 그러면 너는 약자에게 강한가. 그렇지는 않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너는 약자에게 무심하다. 누군가 "너는 강약약강이다"라고 지적했을 때 너는 이렇게 변명하기도 했다. 그래, 그저 변명일 수도 있다.
다만 그 사람이 너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다면 문제는 좀 달라진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너는 어느 약자가 너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하거나 하소연을 한다면 가능한 가장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지지를 해주려 한다.
하지만 언제나 제스처로 끝나고 말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다름 아닌 위선이라는 것은 너 스스로가 제일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