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enjamin Coffee
Feb 18. 2022
와 관련한 의식의 흐름.
오랜만에 김연수의 책을 꺼내들었다. 김연수는 <시절일기>에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든다면, 무엇보다 이 얼룩진 마음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말했다시피 이 얼룩진 마음은 흔히 죄책감으로 과장된다. 물론 솜씨 좋은 예술가들은 그런 과장의 유혹을 잘 피해간다. 소설에서는 레이먼드 카버가 그런 솜씨 좋은 예술가다. 영화라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일 것"이라고 썼다.
물론 이 글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대한 것이었지만 나는 그보다는 레이먼드 카버가 눈에 띄었다. 김연수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들을 번역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뿐더러 늘상 어려워하는 누군가가 "카버의 소설들은 너무 우울하다"고 평가했을 때 "이만큼 희망적인 소설도 없다"고 감히 반박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안타깝게도 김연수가 번역한 카버의 소설집은 없었고(알라딘에 팔아치운 것 같다), 집에 남은 원서들을 뒤적였다. 그런 중에 이런 밑줄 친 문장을 발견했다.
"D R I N K I N G ' S funny. When I look back on it, all of our important decisions have been figured out when we were drinking. Even when we talked about having to cut back on our drinking, we'd be sitting at the kitchen table or out at the picnic table with six-pack or wishkey."
그리고 나는 금주를 결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 금주 1일차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