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

10.11

by Benjamin Coffee

저녁 전까지는 완벽했다.


@ 2만1000원

(오겹살 2인분 + 껍데기 2인분 + 맥스 2병 + 처음처럼 2병)/2


= 부모님이 상경했다. 퇴근하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밖에서 밥을 먹고 오라는 전언. 본인들은 이미 먹었다나. 뭔 바람인지 대낮에 맥주도 한 캔씩 땄단다. 떡볶이라도 사가서 먹을까 혼자 중얼거렸더니 그러지 말란다. 자기들을 유혹에 빠지게 하지 말라나 뭐라나.

충정로 역을 지나는데 때마침 시코쿠에게서 연락이 왔다. 서대문역에서 내려 시코쿠의 회사로 걸었다. 시코쿠가 퇴근하는 무리에 섞여 회사 건물을 나왔다. "춥다"며 나는 외투를 여미다 그만두었다. 비 온 뒤 쌀쌀해진 날씨에 비해 시코쿠의 옷은 한없이 가벼웠다.

우린는 명동까지 걸다. "회사에서 최대한 멀어지고 싶다"는 시코쿠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엉터리생고기를 가려다 말고 새마을식당을 향했다. 무한리필이라지만 1인분에 1만5000원이면 차라리 뷔페를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을 시코쿠와 공유한 뒤였다. 오겹살 2인분와 껍데기 2인분을 시켰다. 나는 전날 고주망태가 됐었으므로 술은 정중히 사양하려 했으나 혼자 소주를 따르는 시코쿠를 가만히 볼 수만은 없었다. 맥주에 소주를 약간 따라 마셨다.

시코쿠와 시덥잖은 얘기를 나누다 싱거운 기억이 떠올랐다. 여름이 채 가기 전 나는 사당역에서 시코쿠를 만났다. 그곳에서 나와 시코쿠는 배가 불러있었고 껍데기 1인분만 주문해도 되는 고깃집을 찾아 한동안 서성였다. 그때 맛본 껍데기를 아직 잊지 못한다. 무슨 엄청난 감동이라도 있었던 건 아니지만.


@ 1만 원

(베이컨숙주볶음 + 처음처럼 1병) - 9000원

= 1차로 헤어질 순 없었다. 그러기엔 날이 어두웠고, 겨울철 새벽과도 같은 어둠에 비해 시간은 아직 8시 밖에 안 됐었으며, 무엇보다 나와 시코쿠는 단 한 번도 1차에서 자리를 파했던 적이 없없었다. 그렇다고 시코쿠와 내가 무슨 각별한 사이라도 되는 것은 아니다.

문득 들어간 이자까야의 메뉴에는 7000원 짜리 일본 술이 있었다. 싸다싶더니 한 잔에 7000원이란다. 아마 신주쿠의 이른 봄도 그랬을 것이다. 물론 단 한 번도 오지 않은 신주쿠의 봄을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 총지출 = 3만1000원

* 적립잔액 = 1만4000원 - 1만1000원 =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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