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악마를 보았다

by Benjamin Coffee

“악마 같다.”


일상 대화에서 종종 오가는 표현이다. 알다시피 ‘악마’의 용례는 굉장히 넓다. 지극히 무거운 상황에서나 지극히 가벼운 분위기에서 모두 ‘악마’가 쓰일 수 있다. 예컨대 TV에 나오는 살인자를 향해 손가락질 하며, 혹은 애인의 애교 섞인 말투에서 동시에 튀어나올 수 있는 말이 바로 ‘악마’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개념적 포괄성의 근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악마의 본래적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종교적으로 보면 악마의 진정한 특징은 통념과는 달리 ‘악(惡)’이 아니다. ‘속임수’야말로 악마를 규정하는 특성이다. 실제로 ‘요한복음’, ‘고린도후서’ 등 성서에서는 악마를 ‘거짓의 아비’인데도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는 존재라고 묘사했다. 다음은 또 어떤가. “악마들이 검은 죄악을 부추길 땐 그들도 처음에는 나처럼 천국의 모습으로 유혹하는 법이야.”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 나오는 대사다.


한마디로 천사의 가면을 쓴 악마, 위선으로 치장하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존재야말로 진정한 악마인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런 ‘악마’라는 오명이 종종 덧씌워지는 존재들이 있다. 한 달 전 구매한 옷을 교환해주지 않자 주인 얼굴에 200만원을 던지며 폭행한 남성, ‘졸았다’는 이유로 알바생을 무차별 폭행한 치킨집 사장, ‘전화통화 목소리 좀 낮춰달라’는 경비원의 요구에 “경비 주제에”라며 얼굴에 담뱃불을 지진 입주민, 이제는 입만 아프지만 빼놓을 수 없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등. 끊임없이 벌어지는 ‘갑질’ 논란이 그렇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들을 악마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이들은 천사가 아니라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겉과 속이 일관되게 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이들은 악마가 아니라 차라리 ‘가짜 악마’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제 진짜 악마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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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으로 보면 악마의 진정한 특징은 통념과는 달리 ‘악(惡)’이 아니다. ‘속임수’야말로 악마를 규정하는 특성이다.


지난 28일 트위터에 올라온 짧은 글과 사진 한 장. ‘우리 아빠는 한 아파트의 관리소장을 하고 계신데, 평소 주민들이 음식이나 물건을 나눠주곤 한다. 꼭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것이지만. 어제는 집에 왔더니 거실에 치약이 가득했다. 불안한 기운은 역시, 뉴스를 보니 치약 이슈가. 참 대단해.’ 사진에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회수 명령이 떨어진 치약들이 있었다.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악마의 모습이기 때문.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보자. 해당 주민은 선의의 미소를 띠우며 관리소장에게 치약을 건넸을 것이다. 관리소장 역시 관련 사실을 알든, 알지 못했든 감사의 미소를 건네야 했을 것이다. 등 뒤에 칼을 숨긴 광대이자 전형적인 악마의 형상이다.


그러나 ‘갑질악마’는 결국 인간을 유혹하는 데 실패했다. 갑질의 어원이기도 한 ‘부갑천하(富甲天下)’가 그렇듯 ‘돈이 최고다’는 식의 이 악마와는 달리 인간에게는 지성과 경계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달콤한 말에 휘둘리지 않고 명확한 사리분별을 하는 인간은 아무리 교활한 악마라도 결코 꾀어내지 못할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들 악마의 최후는 지옥행이라는 점이다.


세계의 끝을 다룬 ‘요한계시록’에 따르면 세상에 종말이 오면 악마는 적그리스도를 불러낸다. 악의 최종적인 승리인가. 그러나 결국 악마는 패배한다. 악마의 최후는 악한 자들과 함께 불과 유황의 호수에 던져지는 고통인 것이다. 기자는 여기서 ‘악한 자’들을 ‘가짜 악마’로 해석할까 한다.


그러니 거기, 모든 악마들은 제발 몸좀 사릴지어다.


* 출처: http://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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