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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jamin Coffee Oct 20. 2018

데미언 차젤레 <퍼스트 맨>

10.20

1.
미인은  "미국 국뽕영화"라고 혹평했지만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퍼스트 맨>은 철저히 닐 암스트롱 개인에게 바치는 헌사다. 이걸 증명하는 건 사실 스필버그의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겉으로 명백히 드러나는 것과는 달리 미제국주의 찬양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보다는 쉬운 작업이다.


서사에서 암스트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들 할테고, 나는 다만 이것이 왜 미제국주의 국뽕영화가 아닌지 증명하면 되겠다.


두 개의 씬만 언급해도 충분하다. 엄밀히 말하면 이 영화에서 형상화되지 않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배제한 씬들이다.

우선 달 착륙 직후 나는 당연히 암스트롱이 성조기를 꽂는 장면이 어느정도는 웅장하게 펼쳐질 줄 알았다. 웬걸. 성조기는 단 한번도 무게감있게 등장하지 않는다. 딱 한 번 나타나는데 그마저도 와이드한 화면 속 광활한 우주 가운데서 아주 조그맣게 꽂혀있을 따름이다. 이 시퀀스에서, 차라리 가장 비중이 있는 것은 암스트롱의 발(자국)이다.


중요한 건 마지막 씬이다. 누군가는 뜬근없이 끝나버렸다고 평할 수도 있지만, 나는 다른 의미에서 충격적이었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묘사는 생략하겠지만 <아마겟돈>,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진정한 국뽕 영웅주의류 영화들의 엔딩씬을 떠올리면 왜 이 영화가 다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
가장 인상깊은 두 씬.


달 착륙 후 우주선 문이 처음 열렸을 때. 닐과 동료뿐만 아니라 카메라, 그리고 관객들도 처음으로 '우주'라는 공간과 맞닿는 장면을 훌륭하게 형상화했다. 오감이 멎는 느낌, 좀 오버라면 숨이 멎는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우주에 떨어지는 순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아이맥스 앞에서 네 번째 줄에서 보는 것을 전제로


달에서 닐이 팔찌를 꺼내는 씬. 이 씬 하나로 닐의 앞선 모든 행동, 말들은 거짓이 돼버린다. 동시에 그동안 그가 겪은 모든 고통과 감정적 억압이 한꺼번에 표출된다.

이건 감독의 능력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얘기하지 않은 것들을 단 하나의 장치로 모두 드러내다니.

3.
역시 데미언 차젤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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