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enjamin Coffee
Sep 26. 2019
점심으로 박물관 근처 쉑쉑버거에 갔다. 4시 가까이 됐는데도 여전히 사람들로 넘쳐났다. 햄버거 먹으려고 30분이나 기다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뭐 맛은 있었는데 수제 햄버거가 크게 달라봤자 얼마나 다를까. 식당 안에 자리도 없어서 햇볕이 뜨거운 벤츠에 앉아 먹었다.
양키스타디움으로. 사실 이때까지 표를 못 구한 상태라 무엇보다 티켓값이 걱정이었다. 게다가 L은 자연사박물관에서 두꺼운 책을 2권이나 사서 10만 원가량 더 깨진 상태였다. 야구 관람은 불투명한 상황.
오래 지나지 않아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양키스타디움 역에 내리자 죄다 양키스 팬들로 가득했다. 아직 경기까지는 2시간 남았는데 벌써부터 게이트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다행히 제일 싼 자리는 20달러였다. 바로 샀다. 이건 뭐 인터넷으로 예매하려 할 때도 택스에 중개료에 다 해서 최소 30달러가 넘었는데. 오히려 현장에서 구매한 게 다행이었다. 늦지 않게 줄을 서서 이른 시간에 경기장에 들어갔다.
우리 좌석은 내야석 중에 제일 위층이었다. 주위 상점을 살폈는데 이건 뭐 가격이 터무니없었다. 맥주기 10달러가 넘는 게 아닌가. 야구경기 보면서 맥주 마실 상상을 했었지만 과감히 접었다. 상술에 말릴 순 없지. 경기 시작 한 시간쯤 전이었는데 선수들은 벌써 경기장에 나와 몸을 풀고 있었다. 그걸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공은 자주 홈런 코스를 따라 허공을 갈랐다. 난생 그렇게 많은 홈런울 한 번에 본 적이 없었다. 쭉 뻗어가는 공을 보니 마음속 안개가 한순간 흩어졌다.
경기시간이 가까워 올 수록 좌석이 점점 차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치로와 오늘 선발인 구로다를 보기 위해서인지 일본 팬들이 곳곳에 보였다. 경기는 생각보다 더 지루했다. 타선이 양쪽 다 살아나지 못했다. 왜 난 매번 이런 경기만 보는 건지. 저번 NC 때도 그렇고.
한국 야구장과 크게 다른 건 없었다. 다만 규모가 엄청났고 의외로 응원이 잠잠했다. 응원단이나 치어리더도 하나 없었다. 가끔씩 삼삼칠 박수 정도를 치거나 파도를 타는 게 전부였다. 심심할 때쯤 이닝 사이사이마다 카메라를 이용한 특별 이벤트를 했다. 6회가 지났을까 여전히 엔젤스는 한 점도 못 내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하게 강남스타일이 야구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더 신기한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래와 춤을 따라 했다는 것. 새삼 싸이가 거둔 성취를 실감했다. 경기는 8회 말까지 엔젤스가 한 점도 못 낸 채 양키스의 리드로 진행되고 있었다. 구로다의 완봉도 노려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우리는 인파가 몰리기 전에 일찌감치 구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