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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jamin Coffee Sep 26. 2019

New York 18

13.8

세네 번 아침을 사 먹은 델리. 왠지 이날이 여기서 사 먹는 마지막 아침이 될 듯해 사진 한 장 찍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사진에 찍힌 저 메뉴들을 먹지 못했다. 이날은 로스트치킨샌드위치를 먹었다. 그나마 튀긴 게 아니라 그런지 입맛에 덜 짜고 덜 느끼했다.


나중에는 만날 보던 우리를 알아보는지 아저씨가 장난도 치고 그랬다. 히스패닉 같은데 보기 좋았다. 그러고 보니 델리는 히스패닉이 많이 운영하는 것 같다. 모국어로 대화하는 모습이 활력 넘친다.





오늘 오전 코스인 자연사박물관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자연사박물관 역에서 내렸다. 박물관이 있는 역이 아니랄까 봐 역에서 내리자마자 온갖 동물들이 벽에 바닥에 붙어있었다. 그랜드센트럴터미널에서처럼 지하에서 곧바로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있었지만, 정문도 구경할 겸 아까 싸온 아침도 먹을 겸 출구로 올라갔다.





개장 시간이 한 시간여 남아서 박물관 앞 벤치에 앉아 아침을 해결했다. 벌써부터 박물관 앞에 앉아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이 꽤 모여있었다.





열시 반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몰려들었다. 드디어 박물관이 문을 열고 우르르 무질서한 듯 차례대로 들어갔다. 입구 바로 안 홀부터 몇몇 공룡을 복원한 전시물이 있었다. 그 크기가 채 표를 끊기도 전부터 나를 압도했다. 과연 초장부터 이렇게 큰 전시물을 진열해놨는데 안에는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전시돼있을까. 설렘을 안고 도네이션 피 5달러로 입장권을 샀다. 직원에게 5달러를 내니까 거슬러줄까? 물어보길래 됐다고 했다. 애당초 5달러를 내려했고(사실 이 결정도 1달러짜리가 없고 제일 작은 단위가 5달러였기 때문에 불가피한 점이 다분했지만) 거슬러주는지도 몰랐거니와 도네이션인데 거슬러 받는 것도 꼴이 사납지 않은가. 5달러 정도야, 하고 뿌듯이 입장했다.


L은 미국 여행에서 자연사박물관을 하이라이트로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맥스 영화인가 머시기까지 더해서 30달러가 넘게 돈을 지불했다. 고래 특별전을 보기 위해선 그렇게 해야 된다나. 메트로폴리탄만큼 방대하진 않았지만 지역별로 섹션을 나눠 서식하는 동식물들을 진열해놨다.


특이하게 지역별로 과거의 의식주나 문화 종교 활동 등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자연사박물관에는 동물, 공룡, 이런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발견이었다. 아시아관의 대부분 섹션은 역시 중국이 차지하고 있었고 그다음으로는 일본과 동남아 쪽 순이었다. 한국은 없길래 아쉬워하고 있던 찰나 코리아라고 적혀있는 전시관 한 칸이 있었다. 조선시대 집안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것으로 남자는 공부를 하고 여자는 다른 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설명에는 그런 남녀 간의 역할 구분이 일상적인 것이었다고 쓰여있었다. 틀린 말은 없었지만 워낙 자료가 적어서 이것만으로 한국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층별로 다양한 전시가 있었다. 아래 1층은 수상 동식물들이, 위 3층에는 공룡들이 있었다. 생각보다 공룡에 대한 전시가 방대했다. 많이 익숙한 공룡들의 형상도 있었고 낯선 공룡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죽 둘러보니 오후 1시쯤이 됐다. 밥 먹을 시간도 됐고, 배터리가 다 닳아가고 있는데 하필 여분 배터리도 가져오지 못했다. 오후에 가기로 한 양키스 구장이 백팩을 보관하는 데 따로 돈을 받는다고 해서 남겨둔 백팩에 여분 배터리를 놓고 온 것이다.


L은 오후 3시 반 정도까지 더 볼 것 같다고 해 나는 먼저 자연사박물관을 나온 뒤 시간 때울 겸 허드슨 리버 쪽으로 갔다. 아쉽게도 이때는 배터리가 없어 사진을 찍지 못했다. 허드슨 강변 바로 앞에는 꽤 넓은 차로가 지나가고 있어서 가지 못했지만 그전에 길게 조성된 리버사이드파크는 둘러볼 수 있었다. 다른 공원들에 비해 화려하지 않고 심플하니 편안하고도 멋있는 곳이었다. 점심시간대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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