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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jamin Coffee Sep 23. 2019

New York 17

13.8

다음 목적지로 올라가던 중 랜드마크 같은 건물들이 밀집해있는 곳을 지났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알고보니 시빅센터였다. 대법원, 고등법원 등이 한 자리에 모여있다. 차도도 넓고 거리 자체가 한국으로 따지면 시청 앞 광장마냥 넓은데도 굉장히 잠잠했다. 건물이 건물이니만큼 그런 걸까.





차이나타운 이후 기분이 계속 좋지 않았다. 아까 양조장 사건에 더해 날씨는 또 유달리 더운데다, 이날따라 유독 많이 걸었다. 거기다 차이나타운의 명소인 아이스림팩토리에 가보자 했더니 L이 핀잔을주는게 아닌가. 마치 너는 그런 먹는 거나 찾으러 여행왔냐, 는 듯 빨리 위치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 먹겠다, 고. 마치 자기는 고상하게 문명을 보고 느끼러 왔지 저급하게 먹거리따위에는 관심 없다는듯 말이다. 


빨리 뭐 먹을지 안 정하면 난 핫도그 먹을거야, 이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선심 써서 나의 그런 저급한 취향을 해주기라도 하듯. 그래놓고 맛있네 하며 먹는 모습을 보면 어찌나 얄밉던지. 하필 그날 여러모로 짜증이 났던 상태라 질이 돋았다. 신경질을 내며 먹는다, 했다. L도 약간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날은 이후로 제대마디 섞지 않았다. 이후 관람들도 마침 그저 거리를 걷는 다였으므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표정은 있는 힘껏 찌푸린 걷기만 했다. 별로 기억에 남는 모습도 없다.





소호의 마지막 일정. 진흙으로 만든 예술 갤러리로 갔다 겨우 찾았다. 웬 창고스러운 지하실이다. 갤러리 표지판도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있는데다 쪼끄매가지고 도저히 이걸 전시한답시고 붙여놓았는지. 어쨌든 갤러리로 들어가봤는데 아뿔사, 게이들의 성행위를 묘사한, 그것도 사실화로 그려낸 그림들이 아닌가. 한 바퀴 서둘러 돌아본 뒤 튀어나오 듯 갤러리를 빠져나왔다. 한 커플이 우리를 뒤이어 들어가려길래 상황을 설명할까도 했지만, 저것도 또한 경험이므로 가만히 쳐다만 보았다. 그들이 채 나오기 전에 우리는 그곳을 떴다. 


저녁은 맛집 리스트에서 찾은 Smile to go로. 그날따라 밥맛도 없고 양도 적었고 거격도 싸지도 않고 맛도 그저 그래서 실망 한 가득 안고 숙소로 Frown to go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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