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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jamin Coffee Sep 22. 2019

New York 16

13.8

세인트폴스채플 뒷문으로 나가자마자 그라운드제로가 보였다.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멀찌감치 잠시 살펴보는 게 전부였다. 대략 4~5층 높이까지 올린 상태.


여행 오기 전 J가 말한 황금색 거지 아저씨는 보이지 않았다.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지기 전에 건물 앞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만나면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는데.


공사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그 주변에서 구걸하거나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 아쉽다. 보지는 못했지만. 살아있겠지 어디에선가.





리21. 관광책자에서 우드버리아울렛까지 갈 여력이 없으면 이곳으로 오라고 적혀있었다. 마침 그라운드제로 건너편에 있었다. 1층에 화장품을 팔고, 복층 구조인 점 등으로 미뤄 백화점이 아닌가 했는데 각 부스마다 사람들이 지키고 서서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각자가 알아서 물건을 집어다가 카운터에서 일괄적으로 계산했다. 이날은 L의 불편한 샌들을 대체할 신발을 사는 게 주목적이었다. 곧바로 신발 코너로 내려갔다.


생각보다 다양한 신발들이 있었다. 사이즈 별로 진열돼있었다. 가격대도 저렴. 하지만 뉴발같은 유명 브랜드는 좀처럼 찾기 힘들었고, 있다고 해도 철 지난 디자인들이 전부였다. 급한 대로 L은 적당한 디자인의 신발을 골랐고, 나는 마지막 날의 뉴욕을 기약하며 모자 하나를 사는 데 그쳤다. 꼭 다시 한번 들르리라.





예상대로 일정이 금방 끝났다. 내일 가기로 했던 리틀이태리, 차이나타운, 소호 쪽 답사를 오늘 끝내버리기로 했다. 근처에 있는 하틀랜드브루어리 양조장으로.


이스트리버를 오른편에 끼고 강변을 따라 올라갔다. 양조장에 가기 전 간단한 요기거리로 핫도그를 먹었다. 웬걸 4달러란다. 비쌌지만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냥 먹었다. 맛도 별로였다. 앞으로 핫도그 먹나 봐라.


배도 채웠겠다 시원한 맥주를 마실 생각에 룰루랄라 즐거이 걸음을 재촉했다. 마침 근처에 풀턴마켓이 있길래 잠시 구경했다. 건물 바깥쪽에 음식점들이 푸드코트처럼 나열돼있었고 사람들은 야외 테라스에 앉아 주문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건물을 조금 돌아 정문 쪽으로 가니 야외에서 필름 페스티벌 비슷한 걸 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보고 가고 싶었지만, L이 볼 것 같지도 않고 시간도 여유롭지만은 않아서 그냥 접어두고 양조장으로 향했다.


문이 닫혀있었다. 분명 문 닫을 시간은 아니었는데... 당황해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망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알딸딸하게 술에 취해 관광하려던 꿈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양조장은 거기 한 곳뿐만 아니라 뉴욕 전체에 고루고루 퍼져있었다. 그중에 하필 그곳만 문을 닫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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