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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Nov 20. 2024

서신 연구를 활용한 다른 분야의 차별 측정

서신 연구는 노동 시장뿐만 아니라 주택 시장, 소매 시장, 학계와 같은 다양한 맥락에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특정 특성을 조작해 차별이 발생하는지 탐구하며, 각 분야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주택 임대 시장에서의 차별


주택 시장에서 서신 연구는 노동 시장과 유사한 방식으로 설계됩니다. 연구자들은 주택 임대 광고를 식별하고 지원자 이름이나 특성을 조작하여 문의 이메일을 보내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아랍 이름을 가진 지원자가 더 낮은 응답률을 기록했으며(Carlsson and Eriksson, 2014), 미국에서는 흑인 및 기타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이 관찰되었습니다(Ewens et al., 2014).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도 무슬림과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지원자의 정보를 추가로 제공할 경우 차별의 정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연구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건축가로 풀타임 근무 중이며 비흡연자입니다"와 같은 긍정적인 정보는 백인과 소수자 그룹 간 응답률 격차를 줄이는 반면, "흡연자이며 신용 점수가 낮습니다"와 같은 부정적인 정보는 차이를 더 확대시켰습니다.


소매 시장에서의 차별


온라인 플랫폼의 확장은 소매 시장에서도 서신 연구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아직 연구 수는 많지 않지만, 초기 결과는 흥미롭습니다. 이스라엘에서 Zussman(2013)은 중고차 시장에서 민족 차별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자는 8,000통의 이메일을 중고차 판매자에게 보내 유대계 이름과 아랍계 이름을 각각 사용해 문의를 했습니다. 유대계 이름을 가진 구매자의 이메일이 아랍계 이름보다 22% 더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진행된 전화 설문에서는 판매자의 아랍계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수록 차별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확인되었습니다. 또 다른 연구인 Pope and Sydnor(2011)은 P2P(Peer-to-Peer) 대출 플랫폼에서의 차별을 다뤘습니다. 흑인 지원자의 사진이 포함된 대출 신청서는 동일한 신용 프로필을 가진 백인 신청서보다 자금 지원을 받을 확률이 25~35% 낮았습니다.


학계에서의 차별


Milkman et al.(2012)의 연구는 학계 내 차별을 조사한 서신 연구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연구자는 6,548명의 교수들에게 가상의 박사 과정 지원자 이름으로 이메일을 보내 회의 일정을 요청했습니다. 지원자의 이름은 인종(백인, 아프리카계, 히스패닉, 인도계, 중국계)과 성별을 나타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주일 후 미팅"을 요청한 경우 백인 남성이 여성 및 소수자 그룹보다 26% 더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고, 응답 속도도 더 빨랐습니다. 하지만 "오늘 미팅"을 요청했을 때는 이러한 차별적 패턴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연구자는 이러한 시간적 차별 효과가 심리학에서 말하는 맥락의 미묘한 변화가 인종 및 성별 기반 차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론과 일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유독 관심이 갔는데, Milkman et al.(2012)의 연구에서 발견된 시간적 차별 효과(Temporal Discrimination Effect)는 심리학의 맥락 효과(Context Effect) 및 인지 부하(Cognitive Load) 이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론들은 사람들이 제한된 시간과 인지 자원을 가진 상황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설명합니다.


맥락 효과(Context Effect)와의 연관성


맥락 효과는 의사결정이 특정 상황이나 환경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Milkman의 연구에서, "일주일 후의 미팅 요청"은 교수들이 여유롭게 검토할 시간을 제공하는 반면, "오늘 미팅 요청"은 긴급성과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상황을 만듭니다.

이러한 긴급 상황에서 교수들은 고정된 선입견이나 차별적 프레임보다는 효율성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즉, 오늘 미팅을 요청받았을 때는 이름에서 드러나는 지원자의 성별이나 인종적 특성을 고려할 여유 없이, 단순히 요청을 수락할지 여부만 빠르게 판단하게 됩니다. 이는 기존의 차별적 사고를 무의식적으로 억제하거나 무시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인지 부하(Cognitive Load)와의 연관성


인지 부하는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설명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할수록, 사람들은 더 간단한 의사결정 전략, 즉 직관적 판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Milkman의 연구에서 "일주일 후의 미팅 요청"은 교수들이 추가적인 시간적 여유를 가지며 지원자의 이름, 인종, 성별과 같은 사회적 신호를 더 깊이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로 인해 백인 남성이 더 유능하다는 인식과 같은 기존의 무의식적 편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오늘 미팅 요청" 상황은 높은 인지 부하를 유발합니다. 교수들은 세부적인 정보를 고려할 여유가 없고, 단순히 "지금 미팅이 가능한가?"라는 실용적이고 즉각적인 질문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인종과 성별과 같은 특성은 판단에서 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자동적 편향(Implicit Bias)과의 연결


심리학에서는 무의식적 편향이 시간이 충분하거나 환경이 덜 긴급할 때 더 자주 드러난다고 봅니다. 이는 사람들이 충분한 인지 자원을 사용할 수 있을 때, 내재된 편향이나 선입견을 활용해 복잡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Milkman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 관점과 일치합니다. "일주일 후 미팅 요청"이라는 비교적 여유로운 상황에서는 교수들이 내재된 선입견(예: 백인 남성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내렸습니다. 반대로, "오늘 미팅 요청"과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는 편향에 의존할 시간이 부족하여 모든 지원자에게 유사한 응답 패턴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서신 연구는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 차별을 탐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론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택, 소매, 학계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 이 방법을 활용한 연구는 차별의 형태와 원인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특히, 맥락이나 세부 정보를 조작해 차별의 조건을 세밀히 분석함으로써, 정책 설계와 사회적 인식 변화에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Source: Handbook of Economic Field Experiments – Chapter 8. Field Experiments on Discrimination by Bertrand Marrianne and Duflo 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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