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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효과와 자기실현적 예언

by Raphael

기대 효과(expectancy effects)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대해 가지는 믿음과 기대가 실제 행동과 성과에 영향을 미쳐 그 기대를 현실로 만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는 차별이 어떻게 지속되고, 때로는 심화될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입니다. 두 가지 주요 기대 효과인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골렘 효과(Golem effect)는 이와 관련한 강력한 사례를 제공합니다.


피그말리온 효과: 높은 기대의 자기실현

피그말리온 효과는 높은 기대가 타인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자기실현적 예언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Rosenthal과 Jacobson(1968)은 미국 초등학교에서 수행한 실험을 통해 이 효과를 처음으로 실증적으로 입증했습니다. 연구진은 교사들에게 특정 학생들이 IQ 테스트 결과, 향후 큰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이 학생들은 실제로 무작위로 선정된 학생들이었습니다. 연구 결과, 교사가 높은 기대를 가진 학생들은 1년 동안 IQ가 평균 12포인트 상승했으며, 이는 일반 학생들의 8포인트 상승에 비해 훨씬 큰 수치였습니다. 이 실험 이후 피그말리온 효과는 다양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연구되었으며, 어린 학생,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Eden과 Ravid(1982)는 피그말리온 효과와 자기 기대(self-expectancy)의 상호작용을 분석했습니다. 실험에서는 일부는 훈련 교관이 특정 훈련생들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믿도록 유도하였고, 다른 일부는 심리학자가 직접 훈련생들에게 그들의 높은 성공 가능성을 알려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집단 모두 성과가 유의미하게 개선되었으며, 이는 높은 기대가 개인의 성과를 개선하는 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골렘 효과: 낮은 기대의 자기실현

골렘 효과는 낮은 기대가 타인의 성과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개념으로, 피그말리온 효과의 반대 현상입니다. 그러나 연구 윤리적 문제로 인해 골렘 효과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Oz와 Eden(1994)은 군대에서 수행한 실험에서, 일부 부대장들에게 낮은 체력 점수가 무능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정보를 받은 부대의 저득점자들은 성과가 더 개선되었지만, 이 연구는 샘플 크기가 작아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에 한계가 있습니다. Babad et al.(1982)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교사의 기대가 학생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교사가 낮은 기대를 가진 학생들은 성과가 더 낮았고, 이는 골렘 효과를 뒷받침하는 결과였습니다.


기대 효과의 한계와 사례

기대 효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는 사회적 맥락에서 지속적으로 작용하여 자기실현적 예언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Kondylis et al.(2015)의 연구는 농업 기술 훈련에서 여성과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별 기대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학습 능력이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농부들은 여성 트레이너를 덜 신뢰하여 그들의 메시지에 관심을 덜 기울였습니다. 이는 기대 효과가 구조적 차별을 통해 어떻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입니다.


정책적 시사점

기대 효과는 조직과 사회가 차별적 태도를 재고하고, 리더와 구성원의 기대를 조정함으로써 더 나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합니다. 교사 훈련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높은 기대를 갖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관리자들이 직원의 잠재력을 신뢰하고 이를 강화하는 리더십 교육을 통해 피그말리온 효과를 조직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더 나은 기대를 통해 여성, 소수자, 또는 기타 차별받는 집단의 성과를 증진시킬 수 있는 사회적 변화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기대 효과의 강력함은 우리가 차별을 감소시키고, 개인과 집단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설계할 때 이를 중심에 두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내재적 반응과 편향의 영향

리더의 기대가 구성원의 성과에 미치는 자기실현적 효과를 보여주는 피그말리온과 골렘 효과는 흥미롭지만, 이것이 차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리더가 특정 집단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향이 그 집단의 성과에 내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경제학 연구에서 두 가지 필드 실험은 이 문제를 탐구하며, 리더의 편향이 집단 간 성과 차이를 지속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밝혀냈습니다.


프랑스 슈퍼마켓의 매니저 편향 효과/ Glover et al.(2015)

이 연구는 프랑스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의 캐셔(cashier)들을 대상으로, 매니저의 편향이 직원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IAT(Implicit Association Test)를 사용해 매니저가 북아프리카 및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 노동자에 대해 가지는 편향 수준을 측정했습니다. 첫 번째로, 캐셔들은 다양한 매니저와 함께 근무하며, 근무 스케줄에 거의 통제권이 없는 상황이고, 이를 활용해 매니저의 편향이 캐셔 성과에 미치는 인과적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편향이 강한 매니저와 약한 매니저 아래에서의 소수집단 캐셔와 비소수집단 캐셔의 성과 변화를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롭게도, 편향이 강한 매니저와 근무할 때, 소수집단 캐셔는 결근율이 더 높아졌습니다. 또한, 출근했을 경우, 더 적은 시간을 근무했으며, 교대 후 잔업을 할 확률이 낮아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계산 속도가 느려지고 고객 사이의 대기 시간이 증가했습니다. 아울러 설문 조사 결과, 추가적으로 주목할 만한 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소수집단 직원들은 편향적인 매니저를 더 싫어한다고 보고하지 않았고, 매니저 역시 소수집단 직원에 대해 특별히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편향적인 매니저는 소수집단 직원들에게 더 적은 노력을 요구했고, 이들을 덜 감독했습니다. 계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효과는 심화되었습니다. 이는 소수집단 직원들이 편향적인 매니저가 자신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을 학습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 초등학교 교사의 성별 편향/ Lavy and Sand(2015)

Lavy와 Sand는 초등학교 교사의 성별 편향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 및 진로 선택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세 학년 학생 집단을 추적하며, 초등학교 교사의 성별 편향이 중·고등학교 성적 및 수학·과학 고급 과목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습니다. 즉, 교사가 비익명(nonblind) 평가(교실 시험)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에게 부여한 평균 점수를, 익명(blind) 평가(국가시험)의 평균 점수와 비교하여 성별 편향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또한, 동일 학교 내에서 교사와 학생을 무작위로 배정해 편향 수준이 다른 교사에게 할당된 학생들을 비교했습니다. 연구 결과로, 성별 편향이 강한 교사에게 배정된 여학생은 이후 수학 및 과학 고급 과정을 선택할 확률이 낮아졌습니다. 반대로, 남학생은 성별 편향이 강한 교사 아래에서 더 높은 성취를 보였으며, 이는 남학생들에게 유리한 기대가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이러한 초기 학업 성과 차이는 장기적으로 직업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두 연구는 리더나 교사의 편향이 구성원의 성과와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편향은 단순히 개인의 태도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과 사회 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리더와 교사들이 자신들의 무의식적 편향을 인식하고 이를 줄이는 훈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IAT와 같은 도구를 활용해 편향을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편향적인 행동이 지속적으로 학습되거나 강화되지 않도록, 소수집단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감독과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Source: Handbook of Economic Field Experiments – Chapter 8. Field Experiments on Discrimination by Bertrand Marrianne and Duflo 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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