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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Jul 09. 2020

중국인 헤어스타일 도전기

한번의 도전으로 충분하다



# 해외 거주 형태


해외에 거주하는 형태로는, 한국 기업 해외취업(주재원 혹은 현지 채용)/ 교포 2세, 3세/ 유학/ 국제 커플, 결혼/ 사업, 투자 이민 등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해외에 거주하면서 국제 커플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외국인 남편과 한국인 와이프의 형태였습니다. 이런 형태의 비율이 실제로 더 높은 것인지, 여성들의 networking이 남성들보다 더 넓고 활발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가 경험한 사례를 바탕으로는 해당 사례가 훨씬 많았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아무 연고도 없고 network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유럽에 뜬금없이 취업하여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굳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한국인을 채용해야 하는 이유가 명백해야 하는데 사실 그런 경우는 극소수이기 때문입니다. 해외 취업과 이민은 언제, 어떤 식으로 하게 되느냐에 따라 만족도와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복지와 워라밸이 좋은 북유럽이라 하더라도 일정 직급, 즉 director와 같은 책임자 급이라면 제법 높은 업무 강도를 갖게 된다고 합니다.



# 미용실


필자는 한국에 있을 때도 보통 2~3주에 한 번씩 머리를 자를 정도로 미용실을 자주 가는 편이었습니다. 대신 비싼 고급 미용실이 아닌 아저씨들이 주로 이용하는 “멋진 남자"혹은 “파란 모임"같은 곳을 주로 갔었습니다. 어차피 비싼 곳이나 저렴한 곳이나 똑같이 머리를 자른 후 크게 만족해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자른 지가 한 달 정도 되어서 밀라노에서 처음으로 미용실에 도전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현지 이탈리안이 운영하는 미용실이 아닌 중국인 미용실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같은 아시안이어서 두상 및 모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에 있을 때에 현지 로컬 미용실을 몇 번 갔으나 크게 실패한 경험이 있어 보통 해외에서는, 한국 미용실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중국인 미용실을 가는 편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남성 커트 7유로, 샴푸 포함 시 2유로 추가라는 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아주 저렴한 가격이 마음에 드는 ‘Shanghai’라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을 발견했습니다. 비록 집에서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산책도 할 겸 찾아가서 시도를 해봤는데, 결국 필자의 머리를 중국인 스타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아시안으로 남겨주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요? 다음에는 집 밑의 현지 미용실 Barbour shop에 도전해보아야겠습니다.





# 학벌 중심의 사회


가르발디역 부근의 에셀룽가(우리나라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에 조깅할 겸 가서 간단한 어댑터를 사려고 찾아보고 있었는데, 밀라노 와서 처음으로, 아니 필자 기억엔 거의 유럽에선 처음으로, “외국 콘센트로 전환하는 어댑터는 저쪽에 있어요"라고 필자가 묻기도 전에 먼저 알려주는 친절함을 경험했습니다.


그 남자가 선뜻 영어로 필자를 도와준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MIT 로고가 크게 박힌 후드티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필자는 별생각 없이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입고 나가지만, 뜻밖에 외국에선 알아채고 먼저 말 걸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한 번은, 이탈리아 현지에서 집을 내놓고 이후의 세입자 계약을 위해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서 소파 위에 놓여있던 필자의 INSEAD 노트를 발견하고는 본인도 동문이라면서 반갑게 인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해외에서 동문에 대한 자긍심은 오히려 한국보다 더 높았던 것 같습니다.



# 친구가 그리워


유럽 현지 생활에서의 불편한 점 중의 하나는 어울릴 친구의 부재입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 현지 직원들은 서로 어울리는 경향이 강한데, 사실 매우 이해할 만한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친구들이랑 노는데 외국인 직원이 한 명 있어서 계속 영어로 대화해야 한다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젊은 친구들 사이에 유일하게 아이가 있는 유부남, 그리고 한국 회사의 한국 직원으로서 그들에게는 더욱 친해지기 쉽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퇴근 후 혹은 주말에 같이 어울릴 친구가 없다는 점이 가끔 아쉽습니다. 회사 내 에서가 아니더라도 외부에서 친구를 찾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현지 언어가 안되다 보니 사회활동을 하는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 교민이 많지도 않고 특히나 필자 나이대는 더더욱 없기 때문에 가족들의 친구를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 사무실 창밖 풍경


밀라노의 겨울은 우기로 비가 오는 날이 연속됩니다. 여름철의 뜨거운 햇살이 그리워지는 나날입니다. 사무실의 필자의 자리는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전창으로 둘러싸인 모퉁이 자리로, 1/3 정도는 밀라노의 시내가 필자를 감싸 안고 있어 모니터를 바라볼 때도 시야에 저절로 시내 전경이 들어오니 참 마음에 듭니다.


7층에 위치한 사무실이라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층수에 고전적인 밀라노 건물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해지고 유럽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습니다. 업무를 집중하다 보면 필자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지거나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는 표정을 발견하곤 하는데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업무 중간에 틈틈이 의도적이라도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곤 합니다.



사무실 창밖 풍경



[원글: https://blog.naver.com/kimstar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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