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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Jul 09. 2020

머리에 이가 있는 밀라네제?

모든 것엔 장단점이 있나니..


# Civic Class


이탈리아에 이주한 이후 체류 허가증을 위해 경찰서에 가서 지문을 찍고, 정부에서 주관하는 이민자 정책의 일환으로 Civic session을 두 차례 참석해야 합니다. 다시금 느끼지만 이탈리아의 (또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도 동일하게) 행정 절차는 굉장히 느리고, 불필요하게 소모적이기까지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Civic class는 굉장히 시간 낭비의 class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리 정해진 약속한 시간이 되면 복도에 길게 기다리는 줄이 만들어지고 참석자의 인원체크에만 40~50분 정도를 소요합니다. 이어지는 진행자의 간략한 일정 소개는 이탈리안으로 설명이 되는 데, 좁고 낡은 구식의 교실 안에서 동영상 시청을 몇 시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동영상의 주된 내용은 Visa 발급 설명과 같은 아주 개략적인 내용으로 이민을 올 정도면 이미 인터넷으로 찾아서 알고 있을 법한 내용들입니다.


이민 정책 중에 Score(credit)을 30이상 획득해야만 장기 체류의 갱신 시 인정되는 내용이 있는데, 그중 이번 Civic class를 참석하면 19점을 준다 하여서 마지못해 참석하긴 했으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참석자들의 불만도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필자의 사무실 근처인 UniCredit이라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인도에서 온 젊은 친구 Rahul이 먼저 말을 걸어와서 덕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중국, 인도 등의 아시아에서부터 흑인, 이슬람, 미국 등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문득 우리나라에서는 이민자들에 대한 제도가 어떠한 지 궁금해졌습니다.




지난 1차 civic class에 이어 다시 2차 civic class에 갔습니다.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열악한 환경에 다시 들어와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자니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합니다. 그중의 대부분은 불편함이었습니다. 몇몇 보이는 아시안은 크게 중국, 일본으로 구분되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도 성의 없는 class임에도, 그나마 이제 두 번째 모임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이야기 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아마 이렇게 몇 번의 만남을 더 갖는다면 충분히 친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던 찰나, 흑인 남성 한 명이 내 옆자리에 앉았는데, 땀 냄새가 정말이지 필자를 너무나도 힘들게 했습니다. 자리를 옮겨야 하나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던 찰나, 그나마 휘발성이 있는 특징이 있는 것인지, 빨리 사라져서 참으로 다행이었습니다.




# 종교 활동


대부분 해외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교회, 성당 등을 통해 지역주민과 접촉을 하고 유대관계를 형성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워낙 소규모의 인원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서로의 단합력과 유대관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도 있고, 이로 인해 때로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단순 친목 도모가 아닌 부담스러운 노동력이 과다하게 들어가야 하는 일이 주어지는 경우가 그러합니다. 따라서 어느 조직이든 일원으로 소속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유럽의 행정절차는 필자를 해탈의 경지로


하루의 시작인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시작은 relocation agency의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으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기껏 한국에 있는 부모님께 부탁해서 꾸역꾸역 필요한 서류를 다시 받았더니, 해당 서류가 요청한 서류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으므로 다시 발급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해온 서류를 재작업해야 한다기에 망설임 끝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부탁했건만 대체 일을 몇 번을 다시 시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더 자세히 확인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 진행한 필자 자신에 대한 분노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정말 한국에 있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이런 일들을 겪고 있자니 왜 내가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


유럽의 행정절차는 참으로 답답합니다. 애초에 한두 번으로 끝날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 머리의 이


필자의 아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메일로 머리에 이가 있는 학생이 있다고 당부의 말을 보내왔습니다. 2019년에 머리가 이가 생기다니 이 무슨 말인가요? 겉으론 고상하고 거만한 이 동네 아줌마들이 애들 목욕은 잘 안 시키나 봅니다.



참고로 해당 어린이집은 국제 학교에서 운영하는 nursery였습니다.


어린이집 코스튬 파티



#온수 샤워


필자는 군대에 있을 때 가장 불편했던 것이 찬물로 샤워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탈리아로 이주한 직후 벽면에 붙어 있는 린나이 보일러 power 버튼을 눌러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서 결국 찬물로 샤워를 했습니다. 나중에 집주인에게 알아보니 벽면에 다른 전원 버튼이 있는데 그게 꺼져 있던 것이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게 하는 스위치와 보일러의 전원을 키는 스위치가 각각 있었고, 그마저도 한곳에 있지 않더군요. 24시간 아무 때나 바로 온수가 나오는 게 참 편리하다는 걸 군대 이후에 다시 깨닫게 됩니다.


유럽의 건물들은 밖에서 보기엔 좋지만, 워낙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서 들어와서 살기엔 불편한 것들이 제법 많습니다. 예를 들면, 난방, 온수, 카드 키, 택배보관, 고속 엘리베이터 등 한국에서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이 막상 없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와인


필자가 유럽 살면서 누렸 던 개인적으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좋은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와인 맛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레스토랑에서 마시면 10만 원 상당은 할 것 같은 와인들을 마트에서 2만 원대에 구입 가능하니, 머무르는 동안 많이 마셔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됩니다.




[원글: https://blog.naver.com/kimstar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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