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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Jul 09. 2020

이탈리아 범죄 경력증명서 발급과 코모 호수

범죄 경력은 깨끗해서 다행


룩셈부르크 블루카드 발급을 위해서는 이탈리아의 범죄 경력증명서 발급이 필요합니다. 범죄 경력증명서는 밀라노 시 법원에서 발급이 가능한데 이를 위해 3번의 방문을 했습니다. 사전에 미리 잘 알았더라면 한 번의 방문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테지만, 역시나 이탈리아에서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기란 상당히 어렵습니다.



구형 트램



첫번째 시도.


밀라노 시 법원을 가기 위해 트램을 이용했습니다. 신형 트램과 구형 트램이 공존하는데 구형 트램은 작고 제법 덜컹거리지만 나름의 운치가 있습니다. 시 법원에 도착해보니 작은 표지판에 세워져 있고 종이에 이탈리안으로 안내문이 붙어져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한 시간 운영 변경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근처의 근무 중인 경비 직원에게 확인해보니 범죄 경력증명서의 업무는 수요일은 휴무랍니다. 가는 날이 장날입니다. 집으로 돌아갑니다.


두 번째 시도.


다음날 다시 법원을 방문했습니다. 멀리서도 쉽게 보이는 아주 긴 대기줄이 늘어져 있습니다. 법원의 업무를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는 아기를 동반한 경우 일반적으로 먼저 대우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교통이나 지방관청 등 유모차와 같이 다니는 경우 눈에 띄면 먼저 도움을 주는 문화입니다.



법원 업무를 기다리는 대기줄



대기줄에서 유모차를 어물쩍 밀면서 경비 직원에 눈에 띄자 우선적으로 입장하게 해줍니다. 높은 계단을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자 내부에서 보안 검색대를 지나쳐 창구 대기줄에서 다시 대기를 합니다. 해당 업무를 보는 공무원들도 영어는 전혀 하지 못합니다. 긴 기다림 끝에 업무 창구에서 범죄 경력증명서 발급을 요청하자 알아듣지 못할 무언가를 말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알아들은 바로는 온라인으로 발급 신청을 미리 하고 그 신청서를 출력해서 가져와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시 실패로 돌아가고 집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세 번째 시도.


삼고초려. 제갈량이 아닌 범죄 경력증명서를 위해 오두막이 아닌 웅장한 법원을 세 번이나 찾아오게 됩니다. 다시 한번 대기줄을 관리하는 경비 직원의 눈에 띄어 이번에는 뒷문으로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입장하게 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표준 관리 체계라는 것보다는 관리자의 그때그때의 판단에 따라 일처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 안된다고 절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 됐다고 해서 다음에도 같은 방법으로 될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도 안됩니다. 참으로 신기한 나라입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사람 좋은 직원이어서 5분도 채 안 걸려서 서류를 발급받았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위해 법원까지 찾아와야 하는 시스템이, 한국에서의 행정 처리와 사뭇 대조적이라 아쉽기도 합니다.


마지막 법원 방문



최종적으로 마지막 방문의 업무가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날씨가 집에 머무르기에는 워낙 좋았기에 가까운 코모호수로 나들이를 가기로 즉흥적으로 결정했습니다.


알프스산맥의 빙하가 녹아 형성된 코모 호수



코모호수(Lake Como)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에 위치한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입니다. 특히나 밀라노에서 기차를 이용할 경우 40분 혹은 1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도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밀라네제들에게는 나름 인기 있는 방문지입니다. 

특히 존 레전드, 조지 클루니 등이 코모호수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부자들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코모호수는 이탈리아의 북쪽에 오르타 호수, 마조레 호수, 루가노 호수, 이세오 호수, 가르다 호수 등과 모두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 들과 함께 자리해 있습니다. 특히나 스위스와 국경을 대고 있을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정서와 스위스의 자연 풍광의 느낌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농어 요리와 오레끼에떼, 후식은 티라미수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코모 호수를 둘러보기 전에 시내 광장의 근사해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만족스러웠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천천히 호숫가를 돌면서 경치를 감상했습니다.



아름다운 꽃도 만개했네요.




퓨니쿨라라는 케이블카를 타고 코모 성당이 위치한 산등성이를 올라가면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사람이 많아서 대기줄이 제법 긴 편이라고 하는데,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대기는 전혀 없이 아주 쾌적하게 바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평일에 여행하는 맛인가 봅니다.




코모 호수에서 페리를 타고 인근 벨라지오, 체르노비오 등으로 이동하여 다른 관광지를 방문할 수도 있습니다.


코모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카페



소소하지만 로맨틱한 유럽 여행을 꿈꾸는 커플에게 권장할 만한 여행지입니다.



[원글: https://blog.naver.com/kimstar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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