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출근 준비를 하고,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이 시간들이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세상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요즘, 일에서 '목적'을 찾는다는 것이 어쩌면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데, 의미까지 따질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딜로이트가 전 세계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무려 90퍼센트가 '목적의식'을 직업 만족도의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고 합니다. 2030년이면 전체 노동력의 74퍼센트를 차지하게 될 세대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우리는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목적이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저는 세 가지 질문으로 시작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나에게 기쁨을 주는가.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이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가.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대답하려고 하면 쉽지 않습니다. 기쁨을 주는 일이라고 해서 내가 잘하는 일인 것도 아니고, 잘한다고 해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목적이 살아 숨 쉬는 자리일 겁니다. 열정과 역량과 봉사가 만나는 그 교차점 말입니다.
의미 있는 일에는 여러 층위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일은 생계입니다. 나와 가족을 부양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수단이지요. 또 어떤 사람에게 일은 관계입니다. 동료들과 함께하고, 사회적 유대를 쌓아가는 공간이니까요. 누군가는 인정받고 싶어서 일하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자극을 원해서 일합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남기고 싶어서 일하지요.
이 다섯 가지—생계, 관계, 인정, 성장, 영향력—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내가 어떤 것에 더 끌리는지 알게 되면, 복잡하게만 느껴지던 선택들이 조금은 명확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조급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목적이란 천천히, 때로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탄소 포집 기업 넷제로(NetZero)의 창업자 악셀 레이노의 사례가 떠오릅니다.
그는 파리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일했으며, 인시아드에서 MBA를 마친 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무려 23년을 보냈습니다. 누가 봐도 성공적인 커리어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찾아왔고, 강제로 주어진 멈춤의 시간 속에서 그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가진 것들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의 아버지는 일찍이 바이오차라는 탄소 제거 기술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들과의 대화 속에서 아이디어는 사업 계획이 되었고, 2020년 2월 넷제로가 탄생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160명의 직원과 다섯 개의 시설을 가진 탄소 제거 분야의 선도 기업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의 30년 커리어 전체가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던 것처럼 보입니다. 공학 지식, 경영 능력, 글로벌 네트워크. 하지만 레이노 본인은 당시에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목적은 어느 날 완성된 형태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이라는 벽돌 위에, 어느 순간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레이노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목표가 생기면 철저히 조사하고, 일자리를 얻으면 그 안에서 원하는 공간을 직접 만들어가라고.
그리고 덧붙입니다. 특별한 목표가 없더라도 기술과 지식과 인맥이라는 도구 상자를 계속 채워가라고. 언젠가 목적의식이 생기면, 그동안 쌓아둔 도구들을 활용할 방법을 반드시 찾게 될 거라고.
이 말이 위로가 됩니다. 지금 당장 내 인생의 목적을 모른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니까요. 오늘 내가 배우는 것,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 오늘 내가 겪는 경험 하나하나가 미래의 어느 순간 의미를 갖게 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의미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딘가에 완벽한 직업이 있고, 그것을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고요. 하지만 어쩌면 의미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조금씩 빚어갈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바꾸려 시도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하고, 작은 변화라도 주도해보는 것. 다른 누군가가 일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길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의미를 새겨 넣는 것. 이것을 '잡 크래프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미국의 작가 스터즈 터클은 이렇게 썼습니다.
"일은 일용할 양식뿐 아니라 일상의 의미를 찾는 것이고, 돈뿐 아니라 인정을 위한 것이며, 무기력함이 아닌 경이로움을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죽음이 아니라 삶 그 자체를 위한 것이다."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뜨거워집니다. 우리는 인생의 너무나 많은 시간을 일하며 보냅니다. 그 시간이 단순히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목적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경험을 쌓고,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하면서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당장 답을 모른다고 해서 초조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것, 오늘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 그것이 결국 목적을 향한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당신에게 작은 기쁨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