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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Jul 09. 2020

행복의 조건과 죽음의 철학

죽음의 에티켓


스페인의 한 공원에서




사실 죽음은 너무 멀리 있었습니다.
그건 언제나 다른 사람의 죽음일 뿐, 단 한 번도 당신의 죽음이었던 적은 없습니다.이런 방식으로 당신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확실한 죽음을 보지 않고 회피해왔습니다.
우리 모두가 죽어간다는 사실 말입니다.

<죽음의 에티켓>의 한 구절





살다 보면 우리는 마치 평생을 영생할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아마도 이것은 우리가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우리 인생에서 단 한 가지 확실한 그것, 바로 ‘죽음'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죽음을 마치 남일로만 치부하고, 최소한 가까운 수년 내는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혹은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필자를 비롯한 필자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평균 수명'을 나의 ‘예정 사망시간'으로 착각하며 30대의 나이에도 이미 은퇴 후의 삶의 계획과 태어나지도 않은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걱정하는 '과도하게 긍정적인'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죽음은 '언젠가'오는 것이지,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의미 없는 것들에 집착하게 되고 순간의 행복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땅속에만 묻혀버리고,
살아남은 사람 가슴에 묻히지 못하면
그게 진짜 죽은 거야. 

연극 <염쟁이 유씨> 중에서




물론 자신만의 삶의 비전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다만,  ‘언젠가'를 위해서 항상 오늘을 희생하고, '조금만 참자, 오늘의 고생이 내일에는 보상받을 수 있을 거야'라는 식의 언제까지, 얼만큼을 참아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동일하게 반복되는 사고의 연속으로, 혹시 오늘, 지금의 행복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개인은 우주와도 같다고 합니다. 본인만이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자신의 삶에서 우리는 외부의 무의미한 것들에 의해 너무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진리를 잊은 채 마치 영원할 것 같이 살아가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집중하고 감사해 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마지막 오늘은 언제일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 마지막을 알게 된 순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행복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필자는 어느 날 문득 값싼 와인 한 병과 조금의 안주로도, 가족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이 더없이 행복하고 가치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누구나 당장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단지 우리가 그 사실을 자주 잊을 뿐입니다.


필자의 행복, 와인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필자의 추측으로는 아마도 개천에서 용이 나는 개인의 성공신화가 대중화되면서부터 인 것 같습니다. 그 무렵부터 ‘성공'을 향해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 삶은 마치 본인 삶에 충실하지 않은 듯한 이미지를 자신도 모르게 심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하자면,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닌 ‘행복해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합니다. 부와 명예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놓치며 맹목적으로 달리는 삶이 아닌, 오늘 하루 나와 내 가족이 행복을 충분히 만끽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 주변의 열정과 노력을 다해서 성공한 스토리들. 과연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해서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필자가 여러 가지 생활용품 쇼핑을 한 후 저녁 외식을 하고, 쇼핑한 생활용품 (예를 들면, 이쁜 머그컵, 샤워할 때 욕실을 따뜻하게 데워줄 조그만 온풍기, 쿠키를 만들 때 사용할 재료 중량계 따위의 것들)이 삶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며, 이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을 만듦에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느꼈습니다. 한편으로는, 과연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면 이러한 여유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필자의 또 다른 행복, 맥주




물건 그 자체가 아닌 물건이 주는 추억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순간이 이런 걸까요. 가족과의 집 근처 아담한 레스토랑에서의 외식 후 맥주 한 잔. 집으로 돌아와 이쁜 머그잔에 차를 담아 낮에 사둔 티라미수 케이크를 함께 나누어 먹는 맛. 한국의 시끌벅적하고 자극적인 예능 프로그램 소리 대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음악으로 채워진 아늑한 거실.


행복은 완성과 강도가 아닌 과정과 빈도라는 진리를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불현듯 불안해집니다.










그리고...언행 불일치의 현장 (참 쉽지 않습니다)




[원글: https://blog.naver.com/kimstar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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