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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Sep 08. 2020

산책을 통해 겸손을 배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산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사무실 책상에 앉아 모니터와 오랜 시간 씨름을 하거나, 많은 사람들과 동시다발적으로 소통을 하는 업무가 주를 이루어지다 보니, 시간이 허락하는 한 가급적 근처의 공원에서 조용히 걸으며 마음을 정리하는 힐링 시간을 갖고자 노력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주거 지역을 선택할 경우에도 가급적이면 주변에 공원이 있거나 자연 친화적인 곳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유럽의 공원은 한국의 공원보다 개방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잔디밭에 한 무리씩 둘러앉아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강아지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혹은 혼자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요가를 하거나 명상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연인과 조용히 사랑을 속삭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유럽에서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주변에 많이 보이는 데 반해, 작은 공원 하나도 찾기가 힘든 서울의 도심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룩셈부르크의 공원을 조용히 지나가다가 불현듯, 몇 해전 찾아갔던 선릉이 떠올랐습니다. 평일 외부 출장이 있었는데 약속된 미팅이 점심시간 이후였기 때문에 간단히 혼자 식사를 마친 후 남는 시간에 마침 근처에 있었던 선릉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살던 곳이 선릉과 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서 와본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사실 부끄럽지만 역사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정보도 없었기에 큰 기대 없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평일 낮 시간이라 그런지 방문객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깨끗하게 정비가 무척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조용히 새소리를 들으며 한국 특유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소나무와 구름이 떠가는 하늘의 모습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참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잠깐의 휴식이 가져다준 정서적 풍요로움에 필자도 모르게 자연에 대한 고마운 감정이 피어났습니다. 혹시라도 주변에 지나갈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



유럽의 공원은 비록 선릉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지키고자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나무의 두께가 필자의 두 팔 한 아름보다도 두꺼운 아주 오래된 나무들도 보이고, 주변의 건물보다도 더 높은 나무들이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터전을 잘 지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래된 나무, 우리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존재해왔고, 또 앞으로도 존재할 나무들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겸손함을 느끼곤 합니다.




오늘 우리를 힘들게 하고 속상하게 했던 일,

작은 욕심을 채우고자 치열하게 발버둥 치고, 그것을 갖지 못해 마음 아파한 일,

남에게 모진 말을 하거나, 상처를 주는 일.

우리는 이런 저러한 사소한 것들로 인생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씩은 주변의 공원을 산책하며 조금은 더 겸손해지는, 낮은 자세를 배우고 싶습니다.


[원글: https://blog.naver.com/kimstar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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