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
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
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걸고
문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
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
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
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아온 미인이 옆에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
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
저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