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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strong Oct 17. 2018

잠 못 자는 아이와 잠 못 드는 아빠

2017년 4월 중순 어느 날 처제가 서울 우리 집으로 놀러왔다. 우리 부부와 며칠 간 머물던 처제가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엄마가 아이 키우면서 힘들어서 울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아이를 키우면서 장모님이 우셨을까. 아이를 부산에 내려보내기 직전 두 달 동안 우리 부부는 매주 또는 격주로 부산에 내려갔다. 때로는 비행기로, 때로는 기차를 타고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떠난 설레는 주말여행이었다. 그 아들을 두고 다시 서울로 돌아올 때마다 가슴이 몹시 쓰렸다.


장모님은 우리가 내려가면 항상 “아이는 잘 크고 있어”라고 하셨다. 난 그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사실 아이를 부산에 맡긴 동안 한 번도 장모님께 전화나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아이 잘 있어요?”라고 물어본 적이 없다. 무심해서라고 비판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장모님 입장에서 사위가 자꾸 “아이가 잘 있느냐”라고 물어본다면 혹여 “내가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할까봐 불안해서 계속 물어보는 건가”라고 서운하게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나는 그런 생각까지 하는 멍청한 구석이 있다.


아이 소식은 항상 아내를 통해 들었다. 아내도 아이가 잘 지낸다고 말했다. 장모님이 그렇게 아내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밤에 아이가 잠을 잘 못 잔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장모님은 부산에 아이를 데려간 이후 단 한 번도 밤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아이가 때로는 30분마다, 때로는 10분마다 깨서 울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장모님은 아이를 토닥이며 다시 잠에 들게 하려고 하셨다. 낮잠을 잘 때도 마찬가지다. 밖에서 부엌일을 하다가도 아이가 울면 방으로 달려가 토닥이고 나오는 일의 반복이었다. 외출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생활이 두 달이 지났다. 건강한 사람도 하루, 이틀 이 생활을 하면 피로가 쌓여 평정심을 잃고 미칠 가능성이 높다.


장모님은 많이 참았다. 아이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부산에 내려갈 때마다 장모님이 계속 피곤이 쌓여 늙어 가신다는 걸 눈치 채고도 모른 척 했다. 몸도 붓고 피부도 거칠어지고 있다는 걸 알고도 외면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을 거들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일하느라 피곤하다고, 장거리 이동하느라 지친다는 핑계로 애써 그 행동을 합리화한 것이다. 못난 행동이다.


바로 이런 부주의와 무책임, 이기심 때문에 장모님은 결국 어느 날 힘들다고 하시며 펑펑 우셨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아비가 문제였다. 처제에게 장모님 이야기를 들은 직후부터 2주간 우리 부부는 자기 전 매일 밤 대책을 논의했다.


‘육아가 행복이 아니라 고통이라면 더 이상 장모님께 아이를 맡길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장모님은 우리가 이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얘길 아내를 통해 듣곤 “처제가 괜히 쓸 데 없는 얘기를 했다”면서 “아이를 데려가려 한다니 너무 서운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해도 나는 한 번 마음먹으면 반드시 답을 찾는다.


그리고 대안을 찾았다. 우선 우리 어머니에게 맡기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았다. 맡길 수도 있었고 어머니도 흔쾌히 좋다고 말씀하셨다. 다만 아이가 양육자가 갑자기 바뀔 경우 더 혼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답은 수면 교육이었다. 아이가 혼자 잘 수 있게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아이를 우리 부부가 보든, 장모님이 보든, 어머니가 보든 누가 보든 양육자가 힘들어서 펑펑 울게 만드는 아이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방법을 택했다. 아내와 나는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육아 서적 가운데 유아 수면 교육과 관련된 책을 모조리 섭렵했다. 각종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경험담도 참고했다. 2주간 집중 공부해 지식을 쌓았다. 밤잠을 설쳐가며 공부를 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힘들어 하는 아들을 떠올리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5월 첫째 주 공휴일과 국경일이 겹쳤다. 아내와 내가 번갈아 휴무를 쓰면 최대 일주일간 아이를 전담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공부한 내용을 실천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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