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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건 Jun 30. 2023

[인생 고민]01_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몰입’의 새로운 원동력을 찾다

2년 전쯤 ‘나는 왜 살고 있는가?’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우울증을 겪고 있던 나에게는 내 탄생의 의미를 찾는 정말 중요한 고민이었다. 그 당시 내가 했던 모든 생각의 흐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결론은 가슴에 남아있다.


”나는 우연에 의해 탄생한 존재이고 내 인생에 목적지는 없다. 그러니 한 번뿐인 인생 내 식대로 재밌고 행복하게 살다 죽으면 된다. “


이게 그 당시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 나는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고민을 하게 됐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2년 전 내린 결론에 따르면 나는 재밌고 행복하게 살면 된다. 하지만 무엇이 재밌고 행복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2년 전에는 수동적인 태도로 내가 왜 태어났는지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능동적으로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먼저 이런 고민의 시발점을 생각해 봤다. 그 시발점은 몰입을 통한 성취를 통해 행복해하고 흥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나는 왜 저러지 못하지라는 의구심부터였다. 나는 사실 좋아하는 것이 없다. 정말 재밌을 것 같다 생각했던 것들도 얼마 안 가 질려버린다. 그래서 나는 왜 좋아하는 게 별로 없나 생각해 보니 무엇을 하며 감정에 집중하기보다는 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만 계산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그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감정에 더 집중하지 못했던 걸까? 그건 내가 감정을 느끼는 기준이 높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항상 감정이 비슷한 편이다. 즐겁지도 우울하지도 않은 상태. 어릴 때부터 이러진 않았다. 어느 순간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할 바에는 그냥 없애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난 이후부터 어느 순간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누나 결혼식을 보며 눈물이 나올 것 같지만 꾹 참았고 슬픈 영화를 봐도 꾹 참았었다. 신나는 일이 있어도 나 자신을 눌렀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부터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을 잘 못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다시 몰입으로 돌아가 나는 사람들의 몰입이 대게 감정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행복감, 슬픔, 복수심 등등 그런 것들이 목표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몰입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몰입을 통한 성취의 고양감은 감정을 증폭시켜 사람들이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물론 이게 계속 지속되면 좋겠지만 이러다 번아웃이 오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하여튼 그렇다면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나는 어떻게 몰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이쯤에서 하나 말해둬야 할 것 같다. 내가 왜 몰입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성취욕이 강한 편이다. 성취를 통한 행복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 그저 성취 그 자체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가 나 같은 건 아닐 것이다. 인생에 중요한 것은 다를 수 있다. 그러니 꼭 나처럼 살아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개인의 생각의 흐름일 뿐이니 재미로 읽어줬으면 싶다.


다시 돌아와 ‘나는 어떻게 몰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헌신’을 떠올렸다. 어릴 적부터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어머니와 여자친구‘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행복하게 해 준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사실은 나에게 가장 큰

아픔이자 자격지심이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어머니와 여자친구가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나는 아무 감정을 못 느끼더라도 만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거라면 내가 다시 몰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헌신하는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 그렇다고 내 자신을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내 자신의 행복 20%와 헌신 80%를 내 삶의 원동력으로 삼기로 했다.


사실 내 행복은 대부분 성취를 통해 얻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어찌보면 이어지는 구석이 있다. 그래서 인생의 목표를 정한 나의 다음 질문은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만큼의 금전적 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이다. 좀 의아할 수도 있다. ‘행복하게 해준다면서 왜 금전적 능력으로 가지?’, ‘물론 금전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왜 하필 금전적인 것부터 시작하는 걸까?’ 내가 위에서 빼먹은 부분이 있는데 그건 금전적인 부분의 행복을 주고 싶었다는 거다. 그러니 금전적 능력을 고민하는 것이다.


새로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한동안 또 열심히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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