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깊은 어둠의 늪에 빠지다
앞서 작성한 글에서 말했듯, 나를 깊이 감싸고 있는 자기혐오와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순간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아직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너무 답답했다. 이러던 중 힘들어하던 문제가 최고 절정으로 심각해지면서 정말 끝없는 지옥으로 빠져드는 기분을 느꼈다. 끝없는 부정적인 생각에 편히 잠들 수가 없었고, 매일 울거나 나를 탓하며 시간을 보냈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변기를 잡고 헛구역질을 하기도 하고 20대 초반인 나이에 샤워를 하기만 하면 머리가 한움큼씩 빠졌다. 정신과 내원도 했다. 정신적으로 힘든 와중에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뒤쳐지는 것이 두려워 공모전을 준비하거나 자격증을 따는 등 스스로를 채찍질해가며 자기계발을 했다.
20살부터 나를 괴롭게 하던 문제는 심각한 학벌 컴플렉스와 전공이 나와 맞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었다.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것도 아쉬웠지만 그저 서울에 있는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원하지 않는 학과를 지원한 것이 문제였다. 현재 전공과 잘 맞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나와 맞는 전공이 무엇인지도 몰라서 너무 답답했다. 편입을 생각해보기도 했으나 '그래도 우리 학교 꽤 좋은 학교인데, 편입 준비를 위해 1년 이상 늦어지는 것보다 여기서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그냥 열심히 해서 졸업만 하자.' 하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학교를 다녔다. 4.3 만점 학점에 4.1 이상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했으나 공부하면서도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지?'하는 허무한 감정이 느껴졌다.
'높은 학점을 받고 스펙 쌓고 졸업해서 남들이 인정하는 대기업에 들어가서 돈 많이 벌고 좋은 차 타고 좋은 집에 살면, 행복해질까?' 나에게 물었다. 답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얼해야 행복해지는걸까. 남들은, 사회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옳다고 하는 길인데.. 너무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 와중에 휴학하고 시간이 하루하루 흘러가는게 너무 두려웠다. 무얼 해야 할 지 몰랐다. 처음에는 남들이 모두 좋다고 하는 공무원 시험을 도전했다. 집 앞 독서실을 끊어 매일 10시간 이상 공부했다. 친구들과 연락도 모조리 다 끊어버렸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내가 정말 원하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합격해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때 우울이 정말 극적으로 치닫아서 주변에 있는 아파트만 보면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때 나는 내가 완전히 고장났다는 생각을 했다. 도저히 못버티겠다는 생각을 했고, 모두 포기하기로 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