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를 찾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현대인이 사용하는 필수품을 꼽으라면 아마 스마트폰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제일 많을 겁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 중에서도 스마트폰이 없는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인데, 그중에서도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은 아이폰입니다. 애플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노트북, 무선이어폰,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불티나게 팔리며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IT관련 유튜버들은 앞다투어 리뷰하기 바쁘고 소비자들은 홀린 듯이 줄을 서서 값비싼 제품들을 기꺼이 결제합니다. 학생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선물 순위에 항상 아이폰이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이런 인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 같습니다. 품질이든 감성이든 아이폰이 대단한 제품임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좋은 제품인 신형 아이폰을 당신에게만 50만 원에 팔고 있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아마 대부분이 그렇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당장 사서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되팔기만 해도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금액을 바꿔 다시 한번 질문해보겠습니다. 똑같은 제품을 500만 원에 팔고 있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만약 구매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면 그 이유는 분명 가격이 비싸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아무리 비싸봐야 150만 원 내외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격이 50만 원이든 500만 원이든 파는 물건이 같은 것이었으므로 두 경우 모두 제품의 품질은 변함없이 훌륭했습니다. 가격이 합리적인지의 여부에 따라 소비에 대한 결정이 바뀐 것입니다.
소비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본 내에서 최대한의 만족을 만들어내기 위해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합니다. 제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구매를 통해 얻을 만족감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면, 소비를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어리석은 소비로 다른 소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거나, 필수적으로 지출해야만 하는 곳에 돈을 지불하지 못하는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어리석은 소비를 막기 위해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좋은 물건을 찾습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품질과 가격을 비교해 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똑똑한 소비자들이 투자자가 되면 머릿속에서 가격을 지워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마트에서 뭐가 더 저렴한 제품인지 계산해 보며 비교하고, 면세품이나 최저가를 찾으려고 발품 파는 것을 마다하지 않던 사람들이, 단지 투자할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저렴한 지 비싼 지 생각해보지 않고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커다란 결정을 하고 맙니다. 소비에 사용하던 금액과는 비교도 안 되는 훨씬 큰돈을 사용하는 순간인데도 말입니다. 이런 식의 투자를 하는 사람에겐 아이폰을 500만 원에 구입하는 사람을 어리석다고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소비냐 투자냐의 차이가 있을 뿐,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습니다.
투자도 소비할 때와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투자한 기업이 매우 훌륭하고 우량하더라도 좋은 가격이 아니었다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같은 기업에 투자했더라도, 어떤 이는 인생을 바꿀 수 있을만한 이득을 얻어가고 어떤 이는 피땀 흘려 모은 소중한 돈을 크게 잃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투자 시점에 따라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으신가요? 처음으로 차를 구매할 때를 떠올려봅시다. 연비가 어떤지, 옵션은 어떻게 해야 할지, 할인수단은 무엇이 있는지, 디자인이나 승차감은 어떤지, 안전한 자동차인지 등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게 장단점을 따져본 뒤에 그것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될 때 구매를 결정했을 겁니다. 투자도 그래야 합니다. 단지 좋은 자산이라고 해서 제값의 몇 배나 되는 가격을 주고 살 필요는 없습니다. 투자하고 싶은 기업이 생겼다면 그것의 가격은 어떤지 반드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돈을 벌게 해주는 성공적인 투자는 좋은 자산을 좋은 가격에 샀을 때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