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 시절, 듀엣 그룹 플라이투더스카이의 팬클럽인 'Fly-High'에 가입했다. 당시 팬클럽 회비가 15000원 쯤으로 기억하는데 코묻은 용돈으로 그 비싼 회비를 냈다. 하늘색 풍선과 각종 브로마이드가 내 방 가득 있었고 SBS 인기가요와 MBC 뮤직뱅크의 생방송 무대를 다니며 오빠부대 틈바구니에서 목놓아 응원했다. 숙소 앞에 찾아가 그 시절 오빠들이 나오기 기다리던 사생팬, 바로 나였다. 오빠들 보는 낙으로 살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고 오빠들도 나이가 들며 목소리가 변해갔다.
믿고 듣는 16집 가수 임창정과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듀엣무대가 있었다. 반 립싱크도 아니고 생 라이브 생방송무대 였다. 곧 삑사리가 터질 것만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을 조마조마하며 지켜봤다.
"참아도 볼게~ 잊어도 볼게~ 널 위해서 라면~"
'그때 또 다시'의 클라이막스 중 터지는 음이탈을 보고 오빠를 목놓아 부르던 소녀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고 그 뒤로 플라이투더 스카이의 노래를 듣지 (않 &) 못했다. 아마 그 무대를 봤던 사람들이라면 왜 그 소녀가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공감하리라.
야구에서 선발과 마무리 사이(Middle)의 구원투수를 Middle Man 이라고 한다. 이기고 있는 게임에서 선발투수의 뒤를 맡겨도 될만한 믿을만한 불펜투수는 '믿을 맨'이라고 부른다. LG의 노장 불펜 송은범, 키움 히어로즈의 조상우 그리고 국가대표급 마무리 투수 정우람 등이 있겠다.
지금은 sk와이번스로 간 22번 핸섬한 이태양 선수. 2018년 준플레이오프 직관 촬영.
믿을 맨 이란? 야구에서 중간계투 요원인 미들맨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각 분야에서 믿음직스러운 사람을 뜻한다.
내보내도 불안하지 않을만한 '믿을 맨'의 야구경기처럼 ,
라이브 공연을 봐도 마음 편히 들을만한 가수의 무대처럼,
'저 사람이라면 믿고 맡겨도 되겠어!' 하도록 신뢰를 주는 믿을맨이 되고 싶다.
올해 첫 출근을 하니 진급을 해서 직급이 바뀌어 있었다. 바뀐 직급으로 명함도 새로 신청했다. 경력으로 들어온 회사에서 진급이라니 감회가 새로웠고 회사에 고마웠다. 이제 회사에서 '허리' 정도의 위치까지는 온 걸까. 이 회사에 얼마나 오래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니는 동안 만큼은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쓸모 있는 사람, 필요한 사람, 무엇보다도 뭘 맡겨도 믿을만한 '믿을맨, Middle Man'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