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 쓰고 인격수양이라 읽는다

임경선, 평범한 결혼생활

by 아코더

반려인이 집에 없는 날, 김희애 언니에 빙의 되어 화이트와인을 조금 따라 놓고 옅은 조명 아래서 읽은 책 <평범한 결혼생활>이다.


하룻밤, 단숨에 반을 넘게 읽고 이틀만에 완독했다.

문장은 밀도 있으면서 주제가 결혼, 커리어, 마음가짐, 성, 다른 이성, 시댁 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어 읽기에 알맞은 분량이었다.



딱 조카 동화책 사이즈였다.


얇은 분량 속에 강약중강약 리듬감있게 담아낸 책이다. 읽다보면 작가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행간을 친절하게 나눠주어 독자로 하여금 숨차지 않게 해 주었고, 긴장이 필요한 부분은 잠시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시간도 주었다. 마치 60초 후에 공개하겠다는 광고가 들어간듯한 효과였다.



예를 들면 이 페이지.

왜 그런지 궁금하신 분은 페이지 51에서 52로 넘겨보세요



<평범한 결혼생활>을 읽으며 제목이 참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혼여성독자인 내 입장에서는,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탈모와 뱃살, 떼려야 뗄 수 없는 지극히 평범한 남편들의 키워드가 될 수 있기에 공감이 됐다.



과감하고 아슬아슬 하면서 과하지 않은 문체는 읽는 내내 쫄깃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아래 사진은 클라이막스 이므로 스포를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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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기이한 글자는??

음성도 영상도 없이 오롯이 활자만 담은 콘텐츠인 '책'만이 할 수 있는 기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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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배우자가 언제건 다른 이성을 좋아하게 되어 떠날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좋은 의미로 결혼생활에 긴장감을 준다는 낙관적 전망. 조금씩은 다른 이성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편이 결혼생활을 좀 더 굳건하게 지탱해준다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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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무릎을 탁! 치기도, 키득 거리기도 했다.

좋았던 문장은 가장 첫 문장과 가장 마지막 문장이다. 나머지 문장 중 특히 이 문장이 마음에 콕 박혀서 읽고 또 읽어도 좋았다.




섹시함, 터프함, 진중함.

이 세 단어로 임경선 작가님을 상상해 볼 수 있을까.

만나고 싶은 멋진 여성 작가이다.




결혼생활 이라는 주제의 책을 읽고 남편에게 이런 저런 궁금 점들이 생겨났다.

반려인에게 나랑 결혼해서 좋은점과 후회되는 점에 대해 물었을 때 대충 어물쩍 답했다. 내가 먼저 구체적인 나의 대답을 이야기 했다.


나는 설거지 수채구멍에 낀 음식물 버려줄 때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 순간, 본인은 반대로 그 때 가장 후회된다고 이야기 했고 우리는 빵 터졌다.


그야 말로 평범한 결혼생활에 대해 임경선 만이 쓸 수 있는 책, <평범한 결혼생활>을 가급적 부부 중 한명만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남편 몰래, 혹은 와이프 몰래 말이다.(아마도 여성이 압도적인 공감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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