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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Apr 28. 2021

결혼이라 쓰고 인격수양이라 읽는다

임경선, 평범한 결혼생활


반려인이 집에 없는 날, 김희애 언니에 빙의 되어 화이트와인을 조금 따라 놓고 옅은 조명 아래서 읽은 책 <평범한 결혼생활>이다.


하룻밤, 단숨에 반을 넘게 읽고 이틀만에 완독했다.

문장은 밀도 있으면서 주제가 결혼, 커리어, 마음가짐, 성, 다른 이성, 시댁 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어 읽기에 알맞은 분량이었다.



 조카 동화책 사이즈였다.


얇은 분량 속에 강약중강약 리듬감있게 담아낸 책이다. 읽다보면 작가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행간을 친절하게 나눠주어 독자로 하여금 숨차지 않게 해 주었고, 긴장이 필요한 부분은 잠시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시간도 주었다. 마치 60초 후에 공개하겠다는 광고가 들어간듯한 효과였다.



예를 들면 이 페이지.

왜 그런지 궁금하신 분은 페이지 51에서 52로 넘겨보세요



<평범한 결혼생활>읽으며 제목이 참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혼여성독자인 내 입장에서는,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탈모와 뱃살, 떼려야 뗄 수 없는 지극히 평범한 남편들의 키워드가 될 수 있기에 공감이 됐다.



과감하고 아슬아슬 하면서 과하지 않은 문체는 읽는 내내 쫄깃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아래 사진은 클라이막스 이므로 스포를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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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기이한 글자는??

음성도 영상도 없이 오롯이 활자만 담은 콘텐츠인 '책'만이 할 수 있는 기법이 아닐까.



83-84
또한 배우자가 언제건 다른 이성을 좋아하게 되어 떠날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좋은 의미로 결혼생활에 긴장감을 준다는 낙관적 전망. 조금씩은 다른 이성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편이 결혼생활을 좀 더 굳건하게 지탱해준다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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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무릎을 탁! 치기도, 키득 거리기도 했다.

좋았던 문장은 가장 첫 문장과 가장 마지막 문장이다. 나머지 문장 중 특히 이 문장이 마음에 콕 박혀서 읽고 또 읽어도 좋았다.




섹시함, 터프함, 진중함.

이 세 단어로 임경선 작가님을 상상해 볼 수 있을까.

만나고 싶은 멋진 여성 작가이다.




결혼생활 이라는 주제의 책을 읽고 남편에게 이런 저런 궁금 점들이 생겨났다.

반려인에게 나랑 결혼해서 좋은점과 후회되는 점에 대해 물었을 때 대충 어물쩍 답했다. 내가 먼저 구체적인 나의 대답을 이야기 했다.


나는 설거지 수채구멍에 낀 음식물 버려줄 때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 순간, 본인은 반대로 그 때 가장 후회된다고 이야기 했고 우리는 빵 터졌다.


그야 말로 평범한 결혼생활에 대해 임경선 만이 쓸 수 있는 책, <평범한 결혼생활>을 가급적 부부 중 한명만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남편 몰래, 혹은 와이프 몰래 말이다.(아마도 여성이 압도적인 공감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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