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5천원을 서점산책에 투자하는 이유

종이책 한 권을 구입하기까지

by 아코더

'책'자로 끝나는 말 중 으뜸은 '서점산책'



서점에 거의 매주 가면서 느낀 '서점과 책 구매'에 대한 소회를 나눠본다.


엄마와 김포몰에서 데이트 할 때 마다 영풍문고를 들렀을 만큼 엄마는 서점을 좋아했고 우리 엄마가 서점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좋았다. 자연스레 서점이 좋아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연유로 '책'자로 끝나는 말 중에서 가장 선호 하는 말은 종이책도 전자책도, 그러니까 '산 책'도, 걷는 '산책'도 아니요. '서점산책'이라 외치고 싶다. (어라, 라임 괜찮네.)






매주 금요일 퇴근 후 (아니면 주말)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한다. 익숙해진 체온체크 기계로부터 정상체온임을 확인받은 후 문을 밀고 들어간다. 사실 향에 중독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애정하는 교보문고 디퓨저 향이 자켓 섬유 속까지 스며들기 바라며 크게 들숨 한다.



수고스럽지만 즐거운 서점산책에 드는 비용은 한 달에 5천원

종로3가에서 광화문 (1정거장) 까지 지하철 요금은 1250원이다. (날씨 좋은 날은 따릉이로 가기도) 한 달에 4번이니까 5천원이다. 한 달에 5천원으로 종이책 숲을 누비며 책 한 권 한 권을 담뿍 느끼는 서점산책은 행복하다. 새 책 특유의 종이 냄새를 맡고 표지 질감이 오돌토돌한지 빤딱거리는지를 보고 손으로 만져본다. 빤딱거리는 표지보다 두툴두툴한 표지가 내 취향이었다.



우리가 돈이 없지 안목이 없냐 책표지 색조합이 당근을 연상케하는 데 퍽 마음에 들어 한 컷.


폰트는 세리프가 심하게 들어간 바탕체인지, 글자색은 검정인지 물 먹은 옅은 검정인지 살펴본다. <평일도 인생이니까>는 폰트가 초록색과 갈색으로 되어 있었다. <지속 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는 연두색으로 강조되었다. 모두 처음 보는 폰트색 편집이라 흥미로웠다.




집 근처 도보 6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 아직 읽고 싶은 책들이 남았으므로, 북클럽을 가입해볼까 하는 마음에는 이르지 못했다. 게다가 공간비용을 고려하다보니 쉽게 종이책을 들일 수 없다.



서점에서 책 내용에 마음이 동해 구매를 결정하면 <책 구매 결정 과정 0단계>를 통과하고, 종이책과 전자책 중 고민한다. 먼저 <어린이라는 세계> 전자책을 구매 과정을 예로 들어본다.



전자책 구매 과정


1. 신간이라 도서관에 없다.

2. 희망도서 신청을 하면 적어도 3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

3. 종이책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잠시 머뭇)

4. 독서모임 책이라 자주 보고 하이라이트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5. 전자책을 구매한다.


3단계에서 소장가치를 생각하고 공간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종이책을 구입한다.




책 소유에 대하여


미니멀리즘과 공간비용을 들먹이며 종이책을 멀리한 데의 결정적인 사건은 '월간 굿모닝팝스 책더미 처분'이었다.


혼자 자취하던 시절, 좁은 공간에 쌓여가는 월간 굿모닝 팝스를 여기저기 두면서 종이책 더미를 공해로 여기기 시작했다.



쓰디 쓴 마음으로 굿모닝 팝스 더미를 꽁꽁 싸매 버려야 했던 그때, 책더미 트라우마가 생긴 걸까.

결혼을 하고 나서 혼자 살던 집보다 3배 쯤 넓은 공간이 생겼음에도 책 소유는 그 보다 조금 늘었다. 평수에 비례하여 책이 늘지 않은 걸 보면 그때 생긴 일종의 책 더미 트라우마와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는 가치관이 정착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까. 아무튼 현 상태가 참 좋다.



주말이면 인터넷서점에서 쿠폰과 적립금을 쏜다. 500원, 1000원 모아서 새책을 사면 때로는 중고서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기도 한다. 종이책 구매를 향한 긴긴 고민 끝에 '결제 완료!' 창을 볼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종이책 구매 과정


내용이 마음에 들어 0단계는 통과했다는 전제하에,


1. 좋아하는 저자의 책이다. (종종 1단계를 씹어 먹은 책도 있다)

2. 다시 펼쳐 볼 만큼 소장가치가 있는지 고민한다.

사실, '소장가치'는 넓은 범주를 포함한다. 나는 실용도를 가장 많이 고려하는 편이다.

3. 쿠폰과 적립금을 긁어모은다.

4. (필요한 경우) 해피머니 상품권을 G마켓에서 구매해 해피캐쉬를 충전한다.

5. 종이책을 구매한다. 꺄!

저렴한 가격에 구매를 하면서도 남아있는 해피캐쉬를 보고 나중에 더 사야겠다는 넉넉한 기분은 덤이다.



이렇게 이리 저리 재면서도 때로는 종이책 구매를 위해 중고서점에 가서 득템, 즉 충동구매를 하는 모순덩어리임을 고백한다. 자주 출몰하는 중고서점은 종로점과 영등포점 (가끔 합정점도) 알라딘인데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한다.


소시민인 나는 거대 기업이 주는 멤버십 혜택에 힘입어 한 푼이라도 살뜰히 챙긴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24일 예스24 데이 다. 중고책에 추가 24% 할인을 하는 통에 공간비용이 상쇄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 우리집으로 가자꾸나.' 한다. (단, 카운터에 가기 직전 까지 꼭 필요한 책 인지 책을 손에 쥔 채 두 번 정도 생각을 숙성시킨다.)




"가장 싼 값으로 가장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 바로 책이다."
몽테뉴


오늘도 나는 5시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간다


펼쳐지지 못한 채 우두커니 책장 주인을 기다리는 불쌍한 책들이 집에 한 가득이면서도, 책 구매를 고민하거나 도서관을 여기저기 기웃대고 검색하는 나는 왜 이리 책 욕심이 많은 걸까.



건강한 욕심이라는 무책임한 결론으로 이 글을 닫아 본다. 주말이 왔다. 쿠폰을 쟁인다. 쏜다!



덧붙여서 책 한권을 소개 하자면, 브런치 메인을 휩쓰는 인기 작가를 대거 배출한 아바매글의 리더 글밥 김선영 작가의 신간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게 없겠네>가 3월 15일 출간된다.


글 전반에 걸쳐 이야기 했듯 책 한 권 구매하기 주저하는 요즘이지만, 신뢰도 높은 카피라이터 정철님의 추천사를 읽고 책 구매 결정에 참고하면 좋겠다.


글을 쓰는 일에 왕도는 없다. 나는 이 말을 믿는다. 이 책 어디에도 왕도는 없다. 왕이 되고 싶다면 읽지 않는 게 좋다. 그런데 꼭 왕이 되어야 겠는가. 정일품이나 정이품이면 어떤가. 괜찮지 않은가. 책 한 권으로 이런 말을 듣게 된다면 정말 괜찮지 않은가.
"너는 글을 참 잘써"

카피라이터 정철의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게 없겠네> 추천사 중에서


http://m.yes24.com/Goods/Detail/97984662



http://kyobo.link/cy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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