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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 할매니얼이 찾는 고소함과 구수함

고소함과 구수함이 주는 위로

by 아코더

*메인 사진 : 전주 지숨갤러리



할매니얼이라는 신조어를 아시나요?



요즘 할매니얼, 할밍아웃 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며 MZ세대에 '할매 열풍'이 불었습니다.

할매니얼 이란, 흑임자, 인절미, 단호박 같은 K-어르신의 맛! 바로 할미 & 할비 입맛을 찾는 밀레니얼 세대를 일컫는 말인데요. 이 글을 통해 저도 '할밍아웃' 합니다.


"흑임자가 이렇게 맛있었나?"

흑임자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었을 때 그 맛은 취향저격이었다구요. 자극적인 매콤함의 끝판왕 불취킨볶음면, 환상의 단짠 조합 꿀버터칩을 찾던 젊은이들이 '고소'한 들기름 메밀막국수를 찾고, '구수'한 보리맛 음료를 찾는데요. 왜 MZ세대들이 선호하게 되었을까요?


자음 'ㄱㅅ'에 모음 'ㅗ' 아니면 'ㅜ'를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고소함과 구수함. 그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지금부터 들여다봅니다.




'고소'한 맛

참기름이나 볶은 깨는 죽은 음식도 살리는 마법의 향신료입니다. 계란볶음밥에 간장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을 한 술 넣으면 볶음밥에 고소함이 얹어지면서 입맛을 돋우죠. 그 때 마침, 참기름이 없다면요?


엄지와 검지로 부수며 넣는 볶은 깨는 또 어떨까요. 요리의 화룡정점인 볶은 깨는 쉐프의 자신감을 높여 줍니다. 깨를 뿌린 멸치 볶음, 감자볶음, 진미채 볶음이 더 맛있는 이유는 볶아진 재료 사이로 침투한 깨들의 고소한 활약 덕분이죠. 그 때 마침, 깨가 없다면요?


한국인의 밥상에 없으면 섭섭한 그 맛, 바로 '고소함'입니다.



커피로 가글 해보셨나요?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커피 향. 고소한 커피는 있어도 구수한 커피는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고소함'에다가 솥단지에 눌어붙게 하는, 은근하게 우려내는 시간을 한 꼬집 넣었을 때 '구수함'이 되기 때문이죠.




'구수'한 맛

할머니 댁을 떠올리면 '구수한 맛'이 좀 더 선명해집니다. 마당에는 TV 예능 프로 '삼시 세 끼'에 나오는 큰 솥단지와 화로가 있고, 뒤편에 줄 세워진 항아리에는 된장이 한가득 담겨 있었죠.

솥단지에 한 밥을 다 먹은 후 솥단지에 남아있는 눌어붙은 누룽지는 영양만점 간식이 됩니다. 누룽지를 한 입 베어 물고 오래 씹으면 진해지는 밥알의 단맛과 살짝 탄 부분의 구수한맛과 향이 입안에서 즐거운 파티를 열어줍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어디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K-간식 아니겠습니까?


솥단지와 불이 만나 쌀이 밥으로 익어가다 탄맛에 가려는 바로 그 직전! 그때 바로 구수함이 만들집니다. 항아리에 들어있던 된장도요. 고소한 콩이 메주가 되었다가 항아리에서 익어가는 계절을 지나 탄생합니다.


쌀, 콩, 보리 등 곡물에 땀과 시간을 더하면 '고소'함은 모음을 뒤집어 '구수'함이 됩니다.


아하! 초반에 던진 MZ 세대 가 할매니얼이 된 이유의 물음은, 국산 곡물에 시간이 담긴 할매음식이 주는 위로가 답이었네요.



내일, 위즈덤 작가님은 '긴장'과 '떨림'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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