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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Jun 10. 2021

결혼하겠다고 한 적 없는데요

미혼 아니라 비혼


9년전 친구네 자취방에서 밤새 수다 떨며 피자를 먹다가 사진 한 장을 친구 어머니에게 보냈을 때 어머니는 '노처녀 될 사람들' 이라고 답장 하셨다. 그 옛날에는 '노처녀'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지 않아서 중매결혼도 했다지만 요즘은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오히려 혼자 사는 여성들이 기만의 공간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TV속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경제활동을 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이 늘면서 세대가 달라진 것이다.


비혼녀 : 자발적으로 혼인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
노처녀 : 혼인할 시기를 넘긴 나이 많은 여자


가족사진 속에 남편, 나 아이 두명으로 구성되어야 모범적인 가족으로 치부되시대는 지났다. '나 혼자 산다'가 몇 년 째 불금 예능을 책임지것을 보면 그렇지 않은가. 결혼을 늦게까지 한 미혼의 노처녀 '희숙대리'는 사라져가고 결혼을 안하겠다고 선언한 비혼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늘어가고 있다.



언제  희숙대리

10년 전 신입사원 시절만 해도 '노처녀 히스테리' 라는 말을 듣는 여성 직원이 몇몇 있었다.


서른 넘어 결혼을 하면 어딘가 문제가 있을거라며 색안경을 끼고 노처녀라 부르던 그 시절, 나를 괴롭히던 불편한 희숙대리가 있었다. 히스테리 부리던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저 나이가 되면 꼭 결혼을 해서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돌이켜보면 그 때 그녀의 나이는 갓 서른이었지만 내 눈에는 그녀가 나이 많고 결혼 안 한 '노처녀'라고 보였다. 그러면서 속으로 그녀의 조속한 결혼을 간절히 바랐다. 얼마 후 그녀가 결혼을 했는데 그녀의 히스테리는 여전했다. 다시 말해, 그녀는 태생이 그런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희숙대리는 없다.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비혼족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트렌드도 생겨났다.


비혼을 선언한 친구는 자기 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헬스PT를 받고 달리기를 하며 몸매를 가꾼다. 그러고 나서 바디프로필을 찍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앗. 그러고 보니 결혼해도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아무튼, 취미생활에 아낌없이 투자 하며 달콤한 인생을 살아가는 비혼녀들을 보면 더 이상 희숙대리는 없다.



비혼녀와 노처녀, 그 사이에서 결혼을 고민하는 여성들

죽을 때 까지 싱글로 살 것만 같았던 주변 언니들이 최근에 결혼을 했다. 반려인 말로는 코로나가 풀리기를 기다리다가 이제 결혼하는 거라 하는데, 글쎄. 그 언니들은 사실 정말 결혼을 안하려고 했던 '비혼'주의 여성이었다. 후배 새댁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언니들에게 축하와 유부월드로의 환영을 위한 박수를 보낸다.



부장님이 출산하는 시대, 노산은 없다

10년 전에 혼자서 인생 계획을 해 보았다. 스물일곱에 결혼해서 서른에 첫 아이를 출산하는 이상적인 계획이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3땡이 된 지금까지 아이가 없으며 지금 아이를 갖는다 해도 내년에 출산을 하게 될 테니 이미 계획에서 4년은 늦춰진 셈이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축하글 게시판에 'OOO 부장 출산' 이라는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부장의 딸이 출산을 했다는 건지 부장이 출산을 했다는 건지 아리송해 내 눈을 의심했다. 알고 보니 여자 부장님의 출산이었다. 부장이라면 최소 마흔은 넘었을 텐데 산이라니! 가히 대한민국 산부인과 의료기술에는 불가능이 없다는 말을 실감했다. 


'노처녀 더러 시집가라 한다.' 라는 속담이 있다. 물어보나 마나 좋아할 것을 공연히 묻는다는 뚯인데 이제는 틀린 말이 되었다. 비혼을 선언한 내 친구는 머리 말리는 시간을 줄이겠다고 20만원을 넘는 다이* 드라이기를 사고 회사에서는 승진을 했다. 주말에는 뮤지컬을 혼자 보러가는데 그 파워당당한 여성은 노처녀가 아니라 비혼녀다.



실버타운 처럼 비혼주의자들을 위해 조성이 된 아파트 단지를 상상한다. 혼자 사는 비혼주의자들이 모여 그들의 취미를 즐기며 사는 마을에는 수영장, 골프장, 헬스장은 물론 쇼핑센터까지 구비되어 있다. 그들끼리 모여 사는 마을에서는 누구도 결혼을 강요하지 않으며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비혼녀에게는 유토피아이고 노처녀에게는 디스토피아인 그곳.


만약 그곳에 가겠느냐고 묻는다면 현실 세계를 살겠다고 No로 답하겠지만 다시 태어나서 그곳에 가겠냐고 물으면 (반려인에게는 미안하지만 결혼은 한번 해 봤으니 비혼녀로 살고픈 마음에) Yes라 답하겠다. 다음 생에도 그를 만난다는 보장은 없을테니까.



내일, 위즈덤 작가님은 '걱정' '고민'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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