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를 내고 아침부터 분주한 하루였다. 새벽 3시부터 자다 깨다를 반복했는데, 기술사 면접 당일날이었기 때문이다. 대충 밥통에 남은 찹쌀밥에 김과 배추겉절이 반찬으로 소화에 무리가 가지 않는 보통의 아침을 먹었다.
MBTI 검사 ESTJ*인 나는 동선을 고려하여 오전시간을 분 단위로 계획하고 길을 나섰다. 내게 주어진 두번째 면접, 어쩌면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MBTI 검사 ESTJ : 현실적,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며 활동을 조직화하고 주도해... 실질적이고 현실 감각이 뛰어나며 일을 조직하고 계획하여 추진시키는... (출처 : 나무위키)
장한평역 3번 출구 앞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시며 마지막으로 암기해야 할 것들을 점검했다. 준비해 온 우황청심원을 원샷때리고 공단으로 향했다. 심신의 피로를 최소화 하기위해 택시를 잡았고 장한평역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까지 5천원의 택시비를 냈다. 작년보다는 좀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면접장을 들어섰고, 이상하게 떨리지 않았다. 우황청심원의 효험이었을까. 면접장에서 오랜만에 전 직장 선배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내 순서가 적혀 있는 번호표를 받아들고 면접장에 향했다. 여성은 나 밖에 없었고 나는 2-2 수험자였다.
지하 1층으로 이동하고 2-2인 내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배가 너무 아프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배와 머리가 동시에 아프다니. 그나마도 우황청심원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우황의 기운이 나에게 'Yo, Calm Down~' 하고 부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면접이 끝나고 동료들을 만나 소회를 나누었다.
야호! 끝났다! 망원역에서 오랜만에 (안 본 지 한 달 안된) 엄마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엄마가 밀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미리 검색해 둔 밀면집으로 향했다.
밀면집에서는 홍대입구역 부근 집단감염으로 더욱 방역에 철저를 가하고 있었다. 마스크 벗은 채 토크하는 것에 대해 엄격히 주의를 주었고 벽에는 '코풀기x'라고 써 있었다. (ㅋㅋ) 비염인인 나로서는 굉장히 지키기 힘든 수칙이었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밀면과 감자만두를 순간 삭제 시키고 밀면집을 나왔다. 엄마는 흡족해 하셨다.
"맛집이라 사람이 끊임없이 들어오는구나. 간판도 깔끔하니 예쁘고."
합정역으로 향하는 길에 망원시장을 지나쳤는데 망원시장은 시골 장터 같은 분위기 였다. 복숭아가 한바구니 가득에 9800원이라니! 복숭아 사랑이 극에 달하고 있는 요즘, 복숭아를 가득 사가고 싶은 마음이 요동쳤지만 들고 다니기가 번거로웠으므로 마음을 추스려야 했다.
합정역에서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메세나 폴리스 안에 있는 카페에 가서 딸기 스무디를 먹었다. 그래, 그 때 머지포인트로 결제하길 잘했어.엄마는 망고 스무디, 나는 딸기 스무디를 주문해서 카페에 앉아 꽁냥꽁냥 수다를 떨었다. 엄마 한의원 다녀온 것 보험 처리도 슉슉 해 드리고 내 일기장을 꺼내어 엄마도 한 글자 남겨보라고 했다. 엄마는 오랜만에 펜을 들어 글을 쓴다며 조금 수줍어 했다.
엄마와 함께한 평일 데이트는 3시간이 최대다. 합정역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엄마는 친정집으로 가시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의 사랑으로 가득 채운 충만감은 나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평일 연차를 내고 엄마와 함께 하는 데이트는 이래서 좋다!
집에 돌아오니 너무 시원해서 둘러보니 안방에 에어컨이 켜져 있었다. 아뿔싸! 남편이 출근할 때 안 끄고 간 것이었다. 그래도 일찍 집에 들어와서 새어나가는 전기세를 그나마도 아꼈다고 위안을 삼았다. 집에 와서 오랫동안 참아 온(?) 해외 노트 유튜버와 마마무, 트와이스 브이로그 등 이리저리로 텐션을 당겨 줄 영상을 보며 허송세월 타임을 보냈다.
이제 시험도 끝났으니 주변을 정비하고 '하고 싶은 일 & 놀기 목록'을 지워가며 시간을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