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 시험 준비를 시작하고 일명 스카 (스터디카페) 에서 6개월 가량 수험생활을 했다. 순도 100% 나의 의지에 따라 나선 '고생길'이었다. 고생길 스토리에앞서 이전 글에서 소개한 '보상'에 대해 마저 이야기 해본다.
금전적 동기부여만으로는 부족했다.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 아닌가? 하면서 '에잇! 때려쳐!' 하고 그만둘 수도 있으니까. 돈보다 강하게 정신을 지배할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시간과 돈을 맞바꿀 만큼 '명예'스러운 일인지 고민했다.
고민하던 그 무렵, 몇몇 동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가 O 부장님이 기술사에 대해 언급하셨다.
"기술사 딴 애들, 걔네 공부한다고 일도 안하고, 실상 일 시키면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쯧쯧... "
기술사를 취득한 주변 사람들을 까내리는 발언이었다. 자신만의 터널을 통과하고 해방감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 금전적 보상 받는 이들에 대한 시기 때문이었으리라.
다시 말해 자기계발을 하고 보상받는 이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였다. 주위에 있는 선배 기술사 중 몇몇을 떠올리면 그 말에 일부 동감하긴 했지만 그렇게 비난하는 모습이 썩 멋있어 보이진 않았다. 그리하여 회사안에서는 수당만 받기로 하고 회사 동료들의 시선은 접어두기로 했다. 알려봐야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렇다면 명예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회사 밖을 둘러보았다.
1. 가족의 시선
명절 때 시할머니와 나 그리고 반려인이 아파트 공원 산책을 나왔다. 공원 벤치에 앉아 쉬는데 시할머니는 남편에게 소근소근 가족계획을 물으셨고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나중에 반려인에게 물으니 "쟤도 똑같이 대학 다녔고,이직해서 지금 경력 쌓으면서 기술사 공부까지 하고 있으니 현재에 충실하려 한다." 라고 말이다. 그 얘기를 들으니 누군가 바늘로 콕콕 찌르듯이 찌릿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직장여성이라면 누구나 고민할만한 일이었다. 뒤가 완전히 막혀 있으니 기회는 단 한번이었다. 그 생각이나를 더 책상 앞에 묶어두었다.
2. 회사 밖 사람의 시선
회사 밖에서 명함을 내밀었을 때, 명함에서회사이름을 지우더라도 선명하게 남는 타이틀이 필요했다. 그럴만한 몇 가지를 떠올려 봤다.
(1) OO의 날 대통령 표창: 아무리 짬밥이 찬다 해도 내 직무에서는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패스!
(2) 실버버튼 유튜버: 위의 1보다 가능성이 높지만 무슨 수로? 뚜렷한 콘텐츠도 영상편집능력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3) 대학원 진학: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친오빠는 큰 돈을 들여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현재는 휴학중이다. 석사를 딴다고 해서 더 나아가 박사를 딴다고 하면 내 나이가 음... 물론 잘 된다는 보장도 없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돈, 시간 그리고 에너지가 많이 들어갈텐데 그만큼 얻어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지점이 많았다.
선택지를 줄이다 보니 해야할 이유가 점점 선명해졌지만 "해 볼까..."하는 울렁임만 계속 되었다.
3. 나에게 꼭 필요한 선물
이직을 하고 진급누락으로 물을 먹은 후, 진공 청소기로 빨아낸 이불 마냥 쪼그라 들었다. 마우스만 휘적대며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일상을 반복하며 애매한 만년 대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문득 이렇게 부품처럼 바삐 살다가 때가 되면 애기 엄마가 되고 얼마 후 회사를 떠나 경단녀가 된 내 모습을 상상했다. 지금보다 나이도 더 든. 허나 그건 나중 일이므로 카르페디엠! 현재에 충실하자!하고 외면하며 살면 그만이었다.
MC 임성훈이 진행한 <특명 아빠의 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훌라후프 20개 한꺼번에 5개 돌리기, 등 기상천외한 도전이 주어진다. 이를 해냈을 때 가족들이 원하는 가전제품을 선물로 받게 된다. 엄마는 냉장고, 아들은 게임기 등, 가족들이 원하는 상품들이 걸려 있으니 아빠는 성공하기 위해 새벽시간에도 연습하고 회사에서도 자투리 시간마다 연습에 매진한다. 일주일의 연습기간을 마친 후,결전의 시간이 되었을때 아빠는 '도전!'을 외치며 스테이지로 나아가 도전과제를 수행한다. 도전에 성공했을 때 '도전 성공!'을 외치며 빵빠레가 터진다. 인기있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나는 <생방송 인기가요> 만큼이나 그 프로를 좋아했다.
기술사 준비를 하면서 종종 <아빠의 도전>에 참여한 아빠가 된 기분이 들었다. 냉장고나 TV 등의 가전제품을 부상으로 얻을 수는 없었지만 수첩형 자격증을 갖고 싶었다. 구글에서 기술사 자격증 이미지를 찾아 내 증명사진과 이름, 생년월일을 합성해서 의지가 약해질 때마다 들여다 봤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기 전에 아빠가 되었다.
코인으로 얼마 벌었다 라는 사람보다 기술사 있는 사람이 더 부럽기 시작했다. 마인드셋이 어느정도 되었으니 이제 나만 잘하면 됐다. 그럼 어떻게 잘해야 할까. 나는 합격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