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무기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아직 이 무기로 활약해 본적은 없지만

by 아코더



"기숙사? 기술사?

작년 구정 연휴에 외삼촌네와 우리가족이 모두 모였다. 기술사 시험에 도전해 보겠다고 했더니, 가족들은,


회사일에 집안일까지 바쁠 텐데 공부하는 게 쉽지 않다.

처음 한번에 따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박사와 같은 대우를 해주는 것이 기술사다,

(어차피 안 되겠지만) 도전하는 것이 대단하다 등등…


의 이야기로 응원과 격려를 보내 주었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 기숙사냐?"라고 하시는데...






구정 연휴에 모두 모인 자리에서 선포를 했으니 구정 당일 하루만 놀고 공부모드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음이 잡히지 않은 채 앉은 책상 앞에서 공부가 될 턱이 없었다. 스마트폰을 쥐고 나무위키에 '화학공학과'라고 검색했다.


나무위키에 화학공학과를 검색하면 공정 엔지니어에 대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쓰여있다.



사실상 과거의 진출분야. 현재도 극히 일부에서 채용을 진행하지만 과거의 위상과 비교하면 사실상 몰락한 분야.


100% 맞는 말, 반박 불가였다. 이어서 스크롤을 내렸다.


건설사 플랜트사업부: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SK 건설 등이 있다. 2004~2010년경의 호황으로 실질적으로 화학공학 인력을 빨아들이는 주력산업이었다. 플랜트 분야는 경기에 민감하여 고용의 기복이 심하며 근속년수도 짧다. 지난 몇 년간 대규모 적자에 이어 중국, 인도에도 수주전에 밀려 현재 재직사원도 감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때문에 대다수가 공정설계 파트에 신입 채용을 하지 않거나 모집해도 1~5명 정도만 뽑고 있다. 따라서 이쪽 분야는 향후 몇 년간은 아예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나무위키 '화학공학과' 중에서)


나무위키의 글을 읽을수록 앉은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았다. 내가 취업한 2011년 겨울 이후로 점차적으로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고 대개의 엔지니어링 회사들의 인력이 마치 압정 모양 ‘ㅗ’ 의 인력구조를 갖게 되었다.


*압정 구조: 위로 갈수록 인원이 적어지고 아래 인원만 많 인력구조. 한마디로 사원대리는 바글바글 한데 위로갈 수록 과장 1명, 차장 1명, 부장 1명이 있는 구조. (이로 인해 승진 누락은 기본, 소위말하는 '똥차가 잔뜩 쌓였다' 라는 상황으로 이어짐)


10년이 흐르며 압정의 바닥에 있던 많은 인원들 하나 둘 씩 과장급 인력승진을 했고, 나도 똥차에서 내리게 되었지만, 들어오는 사람이 없으니 아랫사람은 여전히 없는 실정이었다. 성장이 더뎌 지는 구조라고 봐야 맞겠다.


설상가상으로 유가 하락, 코로나 등의 유로 화학공장을 짓는 우리의 먹거리는 사라져 갔으므로 엔지니어들은 거의 위상을 추억하며 그 영광을 벗어놓아야 했다.



시험을 볼까 말까, 왜 봐야하지?


사 모 부장님을 통해서 이 시험을 알게 되었다. 화공안전 기술사는 알았지만 화공기술사는 잘 모르고 있었던 터라, 문제나 한번 볼까… 하고 찾아보았다. 일단 문제를 읽고 이해하는, 즉 문해력부터 딸다. 예를 들자면,

2020년 화공기술사 1교시 1번 문제 (휴...피곤...)

실무를 바탕으로 한 문제는 어느 정도 썰을 풀 수 있겠다 싶었지만 아무리 실무를 한들 대학교 때 배운 화학공학 지식은 흐릿해진 지 오래였다. 게다가 이를 공부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서술형 답안을 A4용지 12 페이지 이상을 써 갈겨서 내야 하는 시험이라 하니, 숨이 턱 막혔다.


‘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dog고생을 굳이 해야 하나.’


동기부여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문제를 보고는 며칠간 고민만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굳이… 굳이… 내가 굳이….



노력 + 시간 + 에너지 < 보상


확실하게 스타트 선 앞에 서기 위해서는 '보상'이 선명해야 했다. 스마트폰 메모 어플에 아주 구체적으로 '보상'을 적어 봤데 이런 것들이다.



1. 경제적 무기


진입장벽을 높여주는, 한마디로 넘사벽 자격증이 바로 기술사다. 희소가치가 있는 것일 수록 해내기 어려운 만큼 보상이 크다. 회사에서는 기술사 수당이라는 것이 나온다. 작게는 월 10만원에서 많게는 월 100만원 수준까지 회사마다, 기술사의 종류마다 다르다.


평균적으로 월 40만원이라고 수당을 가정하면, 이 금액은 2% 이하 수준의 이자율을 갖는 예금에 3억원을 예치했을 때 받게되는 이자와 맞먹는다. 즉, 3억원 만큼의 자산이 늘어난 셈이랄까.(물론 실질 자산은 아니지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뿐만아니라 전문직 집단으로 분류되어 대출 이율이 작아지고 대출 규모가 커진다. (물론 아직 확인해 보진 않았다.)



2. 회사 안 무기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빠르다. 라는 말이 있듯이, 나이가 들 수록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무엇이라도 도전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전업주부가 된다면 기술사가 무슨 소용이람. 월급쟁이로 회사에서 급여를 탈 수 있을 때 가능한 빨리 수당을 받을 수 있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급 사시미 칼이라면 횟집에서 팔아야 잘 팔리지, 마라탕 집에 팔면 잘 팔릴까. 진급이나 이직에도 가점이 되는 것도 물론이므로 이러한 점에서 무기가 된다는 표현을 해 볼 수 있겠다.

명함에 기술사라고 쓰는 것은 훈장 쯤으로 치고 말이다.



3. 회사 밖 무기


회사 밖에서의 나를 브랜딩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 물론 아직 고민중이고, 그냥 이렇게 글을 풀어내는 정도이지만 말이다.


아주 일반적인 이야기만 다루었고, 이 밖에도 더 있지만 스크롤 내리는 시간이 길어짐을 감안하여 이만 줄여본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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