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모든 복지를 뽑아먹으리

by 아코더

회사에서 주는 모든 이득을 찾으러 하이에나처럼 회사 게시판을 어슬렁 거린다. 급을 주는 고용주는 급여 그 이상의 업무량과 업무강도를 직원들에게 얻어내길 원할 것이다. 반대로 피고용인인 직장인은 받을 수 있는 급여 그 이상의 플러스 알파를 얻길 원한다. 프로젝트 스케쥴을 준수하기 위해 고분고분히 야근을 하면서도 모두 잠든 불 꺼진 점심시간이 되면 복지 사이트에서 커서를 빙글빙글 돌리는 것이다.


회사 복지의 가장 초급단계는 건강검진이다. 11월부터 12월까지는 건강검진 극성수기에 해당한다. 가장 몰릴 때 가면 위 내시경을 하고 비몽사몽간에 시력검사를 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므로 가급적 여유 있는 봄, 여름에 건강검진 날짜를 선점한다.


수면 내시경은 마흔이 넘어서 부터 하면 되는 건 줄 알고, 해마다 먹기 싫은 하얀 약을 억지로 먹으며 위장 조영술을 받곤 했다. 그런데 또래 중에 내시경을 받았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올해는 과감히 항목 란에 위 내시경을 체크했다. 프로포폴이 주삿바늘을 타고 주입될 때, '절대 순순히 잠들지 않을 테다.' 하는 청개구리 심보로 눈을 부릅떴지만 검사 후 눈을 뜨니 이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아, 이 맛에 수면 내시경을 받는 건가.' 하고 프로포폴 받았다는 사실에 잠시 도취된다


건강검진으로 새해를 산뜻하게 시작하고, 다음으로 받을 수 있는 건 뭘까 하고 탁상달력을 슥슥 넘긴다. 공휴일과 임시 공휴일, 내 생일, 부모님 생일날을 꼼꼼하게 챙긴다. 회사에서 선물을 주기 때문이다.



내 생일을 맞아 생일 축하한다고 오는 자동 발신 메일은 쓰레기통으로 직행이다. 그렇지만 2만원 상당의 해피머니 상품권은 해피캐쉬로 바꿨다가 야무지게 책을 구입할 때 사용한다. 급여 그 이상으로 주어지는 이 상품권의 금전적 가치는 단 몇 푼이지만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며 살뜰이 챙기는 것이다. 내 생일보다 중요한 건 부모님 생일이다. 왜냐면 부모님 생일에는 5만 원 의 포인트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연계된 사이트에서 식용유나 통조림류를 구입해서 보내 드린다. 회사 돈으로 부모님께 선물을 하면 마치 부가수수료 10%가 붙은 듯이 55000원어치의 효도가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과 시부모님 환갑이나 칠순이다. 혹시 빠뜨리 않았는지 매년 손가락으로 부모님 나이를 세어본다. 환갑이나 칠순에는 경조 휴가로 이틀을 쉴 수 있으니 절대 놓칠 수 없다. 회사가 부모님의 환갑이나 칠순을 알고 먼저 휴가를 쓰라고 일러줄 리 없다.


위의 세 가지는 일반적인 회사 복지이고 이 외에도 회사마다 주는 이색적인 복지들이 있다. 예를 들어 복날에 삼계탕을 보내 준다거나, 결혼기념일에 꽃이나 와인을 배달해 주는 이벤트다. 회사생활 10년간 1번의 이직으로 두 회사를 다니며 보았던 가장 특색있는 이벤트는 바로 야구 관람이다.


전 직장은 그룹사 중에 프로야구팀이 있어서 자연스레 그 팀을 응원하게 되었다. 어느 해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과 함께 잠실 야구장에 가기도 했다. 잠실야구장이 집과 멀어서 굳이 찾아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공짜로 얻은 표니 꼭꼭 챙겨서 삶에 기분 좋은 이벤트를 첨가한다. 유니폼과 티셔츠를 받기도 했는데 그렇게 받은 유니폼을 입고 고척 돔구장에 가서 한국시리즈를 보던 날에는 온몸에 주황색 피가 돌았다.


이 외에도 종종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주는 참여형 이벤트가 있기도 했다. 내가 사랑하는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회사 돈으로 먹을 수 있다니, 이벤트를 만들어 준 홍보팀 사랑합니다. 하며 손 걷어붙이고 이벤트에 참여한다. 이벤트 참여 방법은 예를 들어 게시글에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댓글로 달거나 멋들어지게 찍은 사진을 보내는 정도의 가벼운 일이었다. 그런 일 쯤은 부지런한 손가락의 도움으로 얻어낼 수 있었고 당첨이 되어 홍보팀에서 상품권이나 스타벅스 쿠폰을 받는 날에는' 이 맛에 월급쟁이로 살지' 하고 또 직장인 기분에 한껏 취해 버린다.


두뇌 풀가동으로 회사에서 얻어낼 수 있는 복지를 찾아 먹는다. 한 때 인기를 얻었던 <시크릿>이라는 책에서 처럼 끌어당김의 법칙을 써서 능동적으로 나서 내 쪽으로 이득을 가져다 놓는다. 쩍쩍 마르는 직장인의 삶에 소소한 이벤트를 달력에 채워 가다 보면 어느새 그 해 달력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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