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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Oct 15. 2020

'먹고사니즘' 속 내향인 직장여성의 글쓰기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쓰기


글쓰기 모임에 가입해 매일 글쓰기 시작한 이유

국문과를 졸업한 친구 G의 소개로 블로그를 시작한 지 9년째. 늘 그 친구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지금은 20% 할인 코너 신세를 지게 된 '펭수' 지만 펭수 열풍이 불기 시작한 초창기에 펭수를 소개해준 것도 바로 그 친구 G. 중학교 때부터 해리포터를 무지 좋아하는 친구 G의 모습이 멋져 보여 나도 따라서 해리포터를 읽어보긴 했지만 왠지 전편을 다 읽지 못하고 '아즈카반의 죄수'까지 읽다가 앞부분을 까먹어서 '마법사의 돌' 을 다시 읽어야 하는 사태가 계속해서 일어나 해리포터 읽기를 전면 중단한 지 10년이 넘었나 보다.

오른쪽에 있는 책에 친구 G의 글이 실려있다

그만큼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친구 G의 자취방에 찾아가 재미나게 수다하며 놀던 어느 금요일 이었다. G가 파스텔톤으로 물들인 표지의 예쁜 책을 꺼내 보였고, 그 책 안에 공동 작가로 쓰여있는 그 친구 이름 석자를 보고는 왼쪽 뒤통수에 소름이 돋았다. 와, 너무 멋지잖아! 당연히 그 안에 내용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다. 그 모습을 보고는 다시 글을 더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같이 써요 우리,

그날 이후 어느 날, '고미숙' 작가 님의 유튜브 강연 영상에 '같이 써 보라'라는 강연을 보고는 '아바매글' 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신청해 보았다.

단톡방에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험의 가치가 크다는 것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굿데이지님과 함께한 미라클 모닝, ㅅㅇㅁ님과 두 분의 멋진 분들과 함께 한 아바매툴(아무래도 4명이 딱 적당한 듯), 미료님의 필사 모임 재밌어서 씁니다 도 그러했고, 지금 하고 있는 아바매글도 정말 좋은 단체 채팅방의 활동이다. 허나, 본래 '왕따'를 자처하는(?) 어설픈 내향인의 성격을 지닌 본인은 카카오톡 단톡방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외부인들과 함께하는 단톡방에 참여해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아바매글 모임을 통해 매일 새로운 주제의 글을 쓰다보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올해 잘한 일 TOP 5 안에 든다. 거기에다가 글재주가 좋으신 글로 밥 벌어먹고사는 '글밥'님의 정성 담긴 피드백을 받았을 때는 뭐랄까. 알에서 깨어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글쓰기는 어렵지만 즐거워서 멈출수 없어


흰 도화지에 쓰는 것과 썼던 을 다시 고쳐 쓰는 것은 아주 다른 일이며, 새로 막 써 내려가는 것보다 쓴 것을 다시 읽어보며 고치는 것이 더 귀찮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해본다. 문장의 배치를 다시 하고, 단어나 부사 등의 수정으로 표현을 바꿔보거나, 때로는 과감한 전체 삭제가 필요할 때도 있다.


여전히 읽기 쉬운 책만 골라 읽는 '초보 독자' 인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쓰는 '초보 작가'인 내가,

'아바매글' 이라 글쓰기 모임참여하며 주제가 있는 글을 써내다 보니 '글쓰기 체력' 이 길러진 것 같다. 비록 '책 쓰기 체력' 이 되려면 더 길러져야 하겠지만 즐거이 할 수 있는 이 '글쓰기'를 멈추지 않겠다.


'책'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임에도 '작가'라고 불러 주는 브런치에 감사하다. 초보 브런치 작가이자 평범한 직장인인 나조차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오만가지 아이디어와 문장들을 날 것으로 뿜어내기 바쁜데, 출판업계 종사하거나 작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쓰고 싶은 문장들이 많을까.


'아바매글' 을 통해 10일째 글쓰기를 하며 흩어지는 조각들을 하나로 다듬어 내는 작업은 어려웠지만 즐겁고 재밌었다. 물론 '먹고사니즘'으로 인해 생계수단인 엔지니어 일을 계속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여전히 즐겁다.




브런치 조회수 3만 넘으면 얼마 주나요?

실시간으로 브런치 알림 조회수가 울리더니 기어이 3만을 돌파했다는 그 날, 이른바 '브런치 뽕'을 맞고야 말았다.

브런치뽕을 맞은 그날, 조회수 3만이 넘어서 뛸듯이 기뻐하니 남편이 나에게 물었다.


브런치 조회수 3만 넘으면 얼마 받냐고.


답은 안 받는다.


돈도 안 되는 글쓰기에 왜 집착할까. 애초에 돈이 목적이라면 전자책을 야무지게 만들어서 출간하는 것이 더 빠를 터인데,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글쓰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므로 하루하루 한 꼭지씩 써 나가자.

브런치도 블로그도 읽어줄 만한 글을 써야 구독자도 늘고 할 일이겠지만, '나'에 집중하는 글쓰기를 하다 보면 더욱 '독자' 에게도 읽기에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아서, 무심하게도 남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보다는 내가 쓰고픈 글을 나만의 갬성으로 써 내려가고 싶다. 그래야 진정성 있는 나만의 독창적인 글이 생기고 나의 결을 좋아해 주는 독자들이 구독 혹은 이웃을 하지 않을까. 돈은 안되더라도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보다 기쁠 일이 없겠다.


음, 그러니까, 글을 쓸 때 아무렴, '읽기 싫으면 읽지 마라.'라는 마인드가 아니라는 것이니 부디 오해하지는 말아달라 말씀드려요.(공손)


브런치뽕을 맞은 그 날, 구독자 1명이었던 내가 구독자가 22명이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나에게 물질적인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너무 기뻐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 였다.


(* '직장인 현실 조언' 카테고리에 '퇴사'를 주제로 하는 글이 이렇게 많다니 놀랍습니다. '퇴사' 와 '이직' 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 저 한가득 가지고 있어요. 궁금해하는 구독자 분들을 위해 퇴사물(?)을 가열차게 쓰고 있고 있으니 정리되면 서랍장에서 다 꺼내어 볼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셔요. 소근소근)




'독립일기'  '자까'님처럼 되고싶어요

목요일, 일요일 자정만 되면 꼭꼭 챙겨보는 웹툰인데 또 보고 싶을 만큼 재미있다. 나도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독자들을 Hooking (?) 할만한 글의 제목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목만큼이나 내용이 알차서 또 읽고 싶은 재미난 콘텐츠로 글쓰기를 계속 할테다. '먹고사니즘' 으로 하루하루 직장에서 리스트 따위를 작성하거나 텍스트보다는 숫자를 주로 보는 엔지니어인 내가, 나의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세상에 펼쳐 보이고, 누군가 글을 재미나게 읽어주는 것은 실로 삶의 활력소가 되며 감사하다. 나는 예술가를 꿈꾸는 직장인이기에 오늘도 부족하지만 몰래몰래 써 내려 간다.

출처: 독립일기


더, 잘 써 볼게요.




Special thanks to

글밥님과 함께 '아바매글' 활동하며 10일 동안 함께 달려온 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서연님, 개짱이님, 란나님, 마리아님, 달달한커피님, 박혜랑님, 곰돌이빵님, 예민정님, 워니님, 기획자 림지님, 단지한꽃송이님, 최인숙님, 하니작가님, 플라잉맘님 우리 아바매글 8기 모두 남은 날들도 열정을 다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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