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30분이 되면 스프링처럼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서 나가는 인간 알람 A 부장이 있었다. 같이 일하던 초반 몇 달 간엔 그 분이 에이스로 보였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 분은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일을 적당히 쳐내거나 스케줄에 쫓겨 야근을 해야 하더라도 일보다는 개인의 라이프를 사수했던 거였다.
또 다른 한 분은 매일 저녁까지 야근을 하는 B 부장님이 있었다. 야근을 미덕으로 여겼고 일찍 집에 가는 직원에게 "할 거 다 하고 가나 보네." 라며 잔잔한 핀잔을 주기도 했다.
누가 더 나을까?사실 둘 중 하나를 고르기는 어렵지만 요즘의 나는 B 부장님이었다. 늘 A부장이 되고 싶어해서 함께 일하는 후배에게는 소화가능한 오늘의 분량만큼의 일만 주고 나 자신도 일머리를 내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쳐 내고 싶다.
둘 사이에는 이것이 있다. 바로 눈치다. A부장은 눈치가 0이고 B부장은 눈치가 100이다. 늘 A부장처럼 되고 싶으면서도 인사평가자들은 B 부장의 성향이 많다보니 경우가 많으니 눈치를 보게 된다. 역시 가장 영리한 건 사실 확실하게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면 종속적인 노예가 되어버린다. 나를 잠시 버리고 좋은 고과를 얻을 것인가 고민을 하게 된다.
70점 짜리 퀄리티로 스케쥴에 맞춰 낸 후 칼퇴하는 직원과 100점 만점의 퀄리티를 위해 날밤을 새는 직원이 있다. 결국 적당한 점수의 퀄리티를 내며 일찍 퇴근 하는 사람이 승자 같아 보이지만 그 위에는진정한 승자가 있다.
85점 짜리 퀄리티를 내며 극한 야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들이 진정한 승자가 된다. 왜 100점이 아니라 85점인가? 그들은 왜 야근을 하면서도 15점을 더 채우지 못했을까? 눈치성 야근으로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만 뛰적뛰적 보면서 떨어진 효율로 일을 했다는 의미이다.
국가번호 마저 +82인 우리나라는 빨리빨리 민족이여서 일까. 잔다르크가 나타나 "당장 컴퓨터 끄고 집에 가시오!" 하지 않는 한 어설픈 눈치모드로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지 못한 채 용감한 퍼스트 펭귄을 기다린다. 주도적으로 하는 야근은 찬성하지만 눈치성 야근은 반대다. 순도 100 퍼센트 내 필요에 의한 야근을 하고 자존감이 바로 선 채로 칼퇴를 하는 그 날까지 나를 증명해 보이는 나날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