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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Sep 19. 2022

화학공장을 그리는 마음

작고 가벼운 첫걸음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있는 초콜릿 공장에는 코코아와 우유 그리고 설탕을 각각 담은 원기둥 형태의 저장 설비가 있다. 공장에서는 이를 베셀 (Vessel) 혹은 드럼 (Drum)이라 부른다.

@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


공장을 설계하는 일을 십수년째 하면서 나는 어떻게 하면 내가 하는 일을 남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설명하는 나도 어렵게 느끼고 듣는 이도 멀미가 나는 이 일을 어떻게 하면 글로 쉽게 풀어낼 수 있을까. 글 보다 그림으로 설명했을 때 정보는 더욱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이해된다는 사실에서 답을 찾았다.


그래서 공장을 글로 쓰기보다는 그림으로 풀어내는 작가가 되면 어떨까. 대한민국 어디에도 공장을 자세히 알면서도 그릴 줄 아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감히 확신한다. 공장을 이야기하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이면서도 아무나 펼쳐낼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림이겠다 싶었다.

  

공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도면 중 P&ID (Piping & Instrument Diagrams) 라는 것이 있다. 이  A3 용지에 그려지는 도면에는 공정, 배관, 계장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소방, 기계, 장치 엔지니어들까지 다양한 이들의 열정이 담긴다. 설계 단계를 거쳐 공사를 위한 도면으로 발전하기까지 많게는 수십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쳐 완성된다.

그 도면을 십여 년째 들여다보니 문득

'삼차원으로 화학공장을 그리면 어떨까?  

엔지니어와 아티스트가 결합되는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번쩍 스쳤다.

 


이윽고 색연필을 사고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펜마카 드로잉을 배우며 공간감을 익히고, 색연필로 채색하며 밑그림에 색깔을 입히는 작업을 연습한다. 색연필은 쉽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고른 재료다. 언젠가 이 원대한 여정이 끝나 마음에 쏙 드는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 작은 소망을 가지고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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